
지난달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갈등을 전면 해소하기보다 구조적 경쟁을 통제하는 이른바 '관리된 경쟁'(managed rivalry) 체제로 전환한 만큼 한국은 공급망 대응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20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에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의 정상화나 구조적 갈등 해소보다 경쟁을 전제로 갈등을 관리하는 '관리된 경쟁'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성격이 짙다고 봤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관계는 관세전쟁과 수출통제 강화 등으로 갈등이 심화했지만 이번 정상회담 등에서 관계 안정화 방안을 모색하며 위기관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건설적·전략적 안정 관계' 구축에 합의했다. 이는 △협력 중심의 안정 △절제된 경쟁 △이견을 관리·통제할 상시적 안정 등을 핵심 원칙으로 한다.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양국 경제관계 관리 및 관세 등을 논의하는 무역위원회, 양국 간 투자 핵심 이슈와 관련 분쟁을 조정하는 투자위원회를 각각 신설하기로 했다.
양국은 농산물 교역 확대, 항공기 구매, 에너지 협력 등 비교적 정치적 부담이 적은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 보잉항공기 200대 구매 등에 합의했고 미국은 중국산 유제품 등에 적용한 자동억류조치 해제, 중국산 배지 분재 시험적 수입 허용 등에 합의했다.
다만 경제협력 범위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과잉생산, 산업보조금, 환율, 시장개방 등 기존의 양국 핵심 경제 현안은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해서다. KIEP는 "해당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 아니라 갈등 유발 의제를 의도적으로 뒤로 미룬 것"이라며 "경제관계의 정상화가 아닌 제한적 협력 확대, 긴장관리 차원의 성과에 머물렀고 향후 회담에서 본격적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인공지능(AI), 첨단기술 수출통제 등 기술패권 경쟁 의제도 회담에서 다뤄지지 않은 만큼 핵심광물과 반도체 중심의 미중간 경제안보 경쟁도 지속될 것으로 봤다.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의 최대 구조적 리스크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만 독립세력의 행동을 억제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는 등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 안정의 전제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기존의 현상 유지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명확한 입장 표명도 피한다는 설명이다.
KIEP는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친대만 입법, 고위급 교류 확대 등은 언제든 양국관계를 악화할 수 있는 잠재 요인"이라고 밝혔다.
KIEP는 이번 회담이 미중관계 안정화 가능성을 높이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한 것은 긍정 신호로 봤다. 다만 회담 결과가 갈등 전면 해소가 아닌 관리에 초점을 맞춘 만큼 미중 경쟁구도 약화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 AI, 핵심광물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는 미중경쟁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은 공급망 등 경제안보 리스크에 대한 대응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헀다.
KIEP는 "미중 경쟁이 제3국을 대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반도체와 AI 공급망에 깊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은 양측의 정책 압력에 동시 직면할 수 있다"며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및 첨단기술 동맹에 참여하되 이러한 참여가 직접적인 대중 견제 조치로 인식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협력도 미국의 반도체·AI 관련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범위 위에서 정교하게 추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