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심장은 100가지 모양”…박일근 삼성서울병원 소아심장외과 교수 [인터뷰]

몸무게 1㎏ 초미숙아의 심장을 수술하는 일. 박일근 삼성서울병원 소아심장외과 교수에게 소아심장수술은 단순히 병든 심장을 고치는 치료가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잘못 만들어진 심장을 최대한 정상에 가깝게 재건해 아이가 평생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삼성서울병원 연구실에서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일근 교수는 “100개의 심장은 100가지 모양”이라면서 “소아심장 치료는 아이와 부모, 의료진이 함께 만들어가는 기적 같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병원 유튜브를 통해 초미숙아 심장 수술 영상이 화제를 모으면서 박 교수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같은 선천성 심장질환이라도 아이마다 심장의 구조가 달라 정답이 없는 소아심장수술의 어려움이 영상으로 전해지면서 시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영상 속 환아는 대동맥과 폐동맥이 정상적으로 분리되지 않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일반적으로 신생아 심장수술은 체중이 2~2.5㎏ 정도는 돼야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지만 이 아이는 바로 완전 교정수술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의료진은 아이를 성장시키는 치료를 거친 뒤 최종 교정수술을 시행했고 이는 병원에서도 처음 시도한 치료 전략이었다.
박 교수는 “30년 넘게 소아심장수술이 이어져 왔지만 아직도 처음 경험하는 사례들이 계속 나온다”며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배워도 실제로 성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 후 보호자들에게 종종 ‘아기가 잘 견뎌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넨다. 박 교수는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다. 의료진은 원칙대로 수술하지만 결국 아이가 수술을 잘 견디고 성장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최초의 수술이라는 부담도 있지만 환아와 가족, 의료진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아심장수술이 특별한 이유는 같은 질환이라도 아이마다 심장의 모양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성인심장이 오랜 시간 사용하면서 망가진 심장을 수리하는 수술이라면 소아심장은 태어날 때부터 구조적으로 다른 심장을 최대한 정상에 가깝게 재건하는 수술에 가깝다.

박 교수는 “100개의 심장이 있으면 100가지 모양이 있다고 생각할 정도”라며 “같은 진단명을 받았더라도 심장의 형태가 모두 달라 환자마다 다른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질환이라도 체중이 1kg인 초미숙아인지, 충분히 성장한 아이인지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아직 완벽한 치료법이 확립되지 않은 영역도 적지 않고 처음 보는 형태학적 조합도 계속 등장한다.
그는 “정답이 없는 치료가 많다”며 “외과뿐만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등 여러 의료진이 함께 상의하며 어떤 치료가 가장 적절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너무 늦으면 상태가 악화될 수 있지만 체중이 1~2kg에 불과한 신생아가 큰 심장수술을 견디는 것 역시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다. 무엇보다 소아심장수술은 첫 수술이 평생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박 교수는 “성인 심장수술은 향후 20~30년 정도를 고려한다면 소아심장수술은 아이가 70~80년 이상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작은 차이가 평생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선천성 심장질환 치료 성적이 향상된 데는 산전 진단과 의료기술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 과거에는 출생 후 상태가 악화된 뒤 심장질환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산전 초음파를 통해 미리 진단하고 출산 장소와 출생 후 치료 계획까지 세울 수 있게 됐다. 여기에 60년 넘게 축적된 수술 경험과 중환자 치료기술, 에크모 등 보조순환장치의 발전도 치료 성적 향상에 기여했다.

국내 소아심장수술 수준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박 교수는 “질환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전체적인 수술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전체 수술 사망률도 1~2% 수준으로 매우 우수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아심장을 치료할 인력은 점점 줄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아심장외과 전문의는 20여명에 불과하다. 한두 명의 공백만 생겨도 특정 병원이나 지역의 진료체계가 흔들릴 정도로 인력 풀이 작다.
박 교수는 “해외에는 자국에서 태어난 아이를 자국에서 수술하지 못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며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를 우리 손으로 좋은 성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최소한의 의료 안전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일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수가 현실화나 저체중아 가산 정책 등이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아심장수술은 질환과 난이도가 너무 다양해 현재 체계만으로는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젊은 의사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 연수나 교육 기회 같은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힘든 순간이 많지만 소아심장외과를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힘든 것보다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 훨씬 많다”며 “이 길을 선택한 것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힘겹게 있던 아이들이 외래에서 포동포동 살이 찌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미소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소아심장 치료는 의사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외과의사뿐만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중환자실, 마취과, 간호사 모두가 함께해야 하고 부모님도 치료팀의 중요한 일원이다.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