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난맥상 숙박업’ 신뢰 구축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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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의 한 기차역 근처에서 회의가 있었다. 회의 장소를 안내받았는데, 어느 호텔이 있는 건물이라고 했다. 고개를 갸웃했다. 근처를 자주 다녔지만 그런 호텔을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호텔 이름은 아주 거창하여 이름만 들으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곳 같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도착해서는 깜짝 놀랐다. 정말 ‘호텔’이 있었다. 단독 건물은 아니고 낡은 빌딩의 몇 개 층을 쓰고 있었는데, 내부 구조는 고시원을 개조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협소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엘리베이터였다. 마침 계단에서 외국인 가족들과 마주쳤다. 커다란 캐리어를 양손에 쥐고 가파른 계단을 끙끙거리며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허름한 업소도 ‘호텔’ 붙일 수 있어

우리가 통상 호텔이라고 하면 기대하는 최소한의 시설과 서비스 기준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시설이 버젓이 호텔이라는 간판을 달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반 숙박업은 보건복지부의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해 관리되는데, 환기시설과 창문, 욕실 등 기본 요건만 갖추고 스스로 호텔이라 부르면 호텔이 되는 것이다.

호텔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은 이유는, 과거에 호텔, 여관, 여인숙이 엄격히 구분됐기 때문이다. 1962년 시행된 숙박업법 체제에서 호텔은 고급시설, 여관은 보통시설, 여인숙은 공용시설을 쓰도록 하였다. 그러다 1986년, 공중목욕장업법, 이용사및미용사법 등과 함께 공중위생법(현 공중위생관리법)으로 통합되면서 유형 구분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별을 가진 호텔은 무엇인가?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진흥법에 근거하여 등급을 부여하는 관광호텔이다. 문체부는 시설과 서비스, 안전에 대한 현장평가는 물론 암행평가와 불시평가까지 실시하며 등급을 엄격히 관리한다. 하지만 문체부가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등급을 관리한들 허름한 숙박업소들이 멋진 이름의 호텔 간판을 달면 그만이다.

법이 다르고 주무부처가 다르다 보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예약 플랫폼들이 숙박업체를 검증하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 신고번호를 확인하려고 해도, 그것조차 쉽지 않다. 어느 지자체는 연도-지역-유형-번호, 어떤 지자체는 유형-지역-연도-번호이다. 번호양식부터 통일이 안 되어 있는데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겠는가.

숙박업법 부활시켜 인프라 정비해야

다행히 변화 움직임이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제11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숙박업법을 부활시켜 문체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법과정이 험난할 것이다. 오늘날 숙박 유형은 과거보다 더 다양해져, 생활숙박시설, 한옥체험업,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공유숙박까지 10여 종에 이른다. 새 법안이 이 모든 유형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유형별 규제 형평성을 두고 이해관계자 간의 치열한 대립 발생이 예상된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지금,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콘텐츠를 자랑하면서도 여행의 가장 기본인 잠자리의 신뢰 구축에는 소홀했다. 이제는 숙박업법 제정을 통해 호텔의 개념을 명확히 재정립하고 숙박업의 체질을 바꿀 시점이다. 아울러 규제뿐만 아니라 지원까지 강화하여 한국 숙박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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