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제약사가 등장해야 산업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고 K바이오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습니다.”
황선관 SK바이오팜 부사장은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바이오메디컬 혁신포럼’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 신약의 글로벌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자체 개발해 미국 시장에 안착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2024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 7067억원, 영업이익 2039억원을 기록했다.
황 부사장은 이날 SK바이오팜의 신약 개발 및 상업화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바이오산업이 직면한 문제와 전주기 투자 생태계 구축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국내 중소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 임상 3상과 글로벌 마케팅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영역이다. 실패 위험이 크다 보니 기술수출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임상 3상과 상업화까지 성공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기술수출에 그치지 않고 신약 개발 전주기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한 단계 나아가 좋은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혁신 신약을 만들어야 한다”며 “반도체 산업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바이오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사와의 연구개발 투자 격차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부사장은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87곳의 연간 연구개발비를 모두 합쳐도 약 13억6000만달러(약 2조원) 수준인 반면 글로벌 상위 제약사는 한 회사가 연간 100억달러(약 15조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며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황 부사장은 중국 바이오산업의 급성장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파이프라인 수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 상위권이지만 경쟁력에서는 중국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기준으로 글로벌 톱50에 진입한 곳은 있지만 매출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은 아직 많지 않다”며 “왜 한국에서 글로벌 혁신 신약 기업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성공불융자 확대와 대형 펀드 조성,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황 부사장은 “결국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규모의 경제”라며 “매출이 발생해야 연구개발 투자와 M&A가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수출에 의존해 생존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글로벌 제약사가 등장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연구개발과 사업화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때 국내 바이오산업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