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교육계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를 향해 "입시제도 등 갈등 사안에 뚜렷한 답을 찾기 어려우면 손대지 말라"고 말했다. 반면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곧바로 "대입은 손도 안 댄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며 국가교육위원회와 함께 미래 사회에 맞는 대입 개편 논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최근 교육감들과의 간담회에서 "극심한 대입 경쟁 체제가 공교육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며 가칭 '새 학교 운동'을 제안했다. 최근 학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국민적 관심을 받는 현상을 언급하며 우리 교육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세 사람의 발언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듯하지만 공통된 문제의식도 담고 있다. 지금의 교육이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다만 그 해법을 둘러싸고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정말 '경쟁'이 문제일까. 대학 입시는 본질적으로 선발 과정이다. 정원이 정해진 대학이 지원자를 가려 뽑는 이상 경쟁은 사라질 수 없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든 정시와 수시를 통합하든 새로운 평가 방식을 도입하든 선발이 존재하는 한 경쟁도 존재한다.
실제로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입시 개편을 경험했다.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본고사 폐지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도입으로, 정시 확대와 축소를 반복했다. 그러나 사교육은 줄지 않았고 입시 경쟁 역시 완화되지 않았다.
문제는 경쟁 자체보다 경쟁의 집중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대입 경쟁이 유독 치열한 이유는 상위권 대학 졸업장이 취업과 소득, 사회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수능 문제 한 개에 울고 웃는 이유도 학부모들이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이유도 결국 대학 서열 구조와 연결돼 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과잉경쟁을 해결하지 않으면 입시 방법을 아무리 바꿔도 소용없다"고 한 지적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경쟁을 유발하는 사회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선발 방식만 바꾸는 개혁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최 장관의 문제의식도 틀렸다고 보기 어렵다. 인공지능(AI) 전환과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대입제도 역시 시대 변화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논의 중인 수능 절대평가 확대, 수시·정시 체제 개편, 논·서술형 평가 도입 등은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대입 개편을 만능 열쇠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근본적인 논의다. 지역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사회, 대학 간 교육 여건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는 사회, 학벌보다 역량이 평가받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차 위원장이 제안한 '새 학교 운동' 역시 학교 안의 변화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학교를 바꾸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학교 밖 사회를 바꾸는 일이다. 입시 경쟁의 원인을 학교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대학 체제와 노동시장, 지역 균형발전 문제까지 함께 바라봐야 한다.
교육개혁의 목표는 경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경쟁 때문에 한 번의 시험이 인생 전체를 결정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다가올 대입 개편 논의가 또다시 수능 문항 수와 평가방식, 전형 비율을 둘러싼 기술적 논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결국 대입 개편의 성패는 수능과 내신, 정시와 수시를 얼마나 바꾸느냐에 있지 않다. 입시 한 번의 결과가 한 사람의 미래를 얼마나 덜 좌우하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