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힘들 땐 ‘복소수’를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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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과학의 즐거움을 이어가려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밤새 구상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려 사용 한계가 풀리는 새벽을 기다린다. 오늘은 정상을 보리라 기대하지만 점심까지도 안개는 자욱하고 사용량은 소진된다. 매일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기분은 그래도 즐겁다. 장애물 중에 수식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안개를 뚫으려면 수의 감각도 새롭게 벼려야 할 듯하다.

화폐에도 동전과 천원, 만원, 5만원권 지폐가 있듯이, 수에는 자연수, 정수, 실수, 복소수가 있다. 또한 화폐는 국가마다 다르지만 수의 표현은 세계적으로 통일되어 있다. 이는 수 개념이 명확하다는 뜻이며, 용도에 따라 수를 다르게 사용해야 한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램은 사용할 수의 유형을 지정하지 않으면 실행이 되지 않기도 한다.

동물은 천적 수에 따라 머물거나 도망치므로 1, 2, 3으로 대표되는 자연수를 안다. 반면에 영장류인 인간은 정수와 실수까지도 안다. 자연수에 음의 부호를 붙이면 정수가 된다. 0이 균형을 나타낸다면 양수와 음수 정수는 풍족함과 부족함을 나타낸다. 정수 덕분에 흑자와 적자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도 일관된 방식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다. 실수는 소수점이 있는 수로 원의 면적을 표시하고 정밀한 계산을 가능하게 한다.

복소수는 일반 사람에게 어렵고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복소수는 16세기 2차, 3차 방정식을 푸는 과정에서 발명되었다. 제곱함에도 음수가 되는 수라 당시엔 상상의 수로 불렸다. 그런데 복소수가 차츰 힘을 얻더니 자연현상을 신기하게도 잘 설명했다. 가령 전선에 흐르는 전류와 전압의 관계는 복소수로 깔끔히 정리된다. 물에 입사할 때 빛의 반사와 굴절 현상도 마찬가지다. 대체로 복소수는 주기적 자연현상을 잘 표현한다.

복소수가 편리하지만, 주기적 현상은 실수로도 해석된다. 따라서 복소수는 자연의 핵심이 아니라 19세기까지 인간의 발명품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20세기 양자역학이 나오면서 복소수의 위상이 한 단계 도약한다. 뉴턴 방정식에서는 보이지 않는 복소수가 양자역학 방정식에는 처음부터 나타난다. 양자역학 창시자 슈뢰딩거도 양자방정식에 붙은 복소수를 제거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최근까지도 복소수 제거 노력은 이어지고 있으나 결과는 오히려 반대이다. 복소수는 인간이 도입한 편의적 도구가 아니라 우주에 퍼진 핵심 원리이다.

복소수의 위력을 맞본 수학자들은 복소수 너머 사원수, 팔원수를 도입했다. 실망스럽게 이들은 계산만 까다롭고 효용은 낮아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복잡한 세상을 복소수로 끝낼 수 있다니 참 다행이다.

올 5월에 포항공대 연구팀은 인공지능에 복소수를 활용하여 학습 속도를 향상했다. 복소수 활용사례는 아마 더 나올 것이다. 가령 지도의 좌표를 복소수로 표시하면 지역 간 관계성이 잘 드러날 수 있다. 스티브 호킹은 우주탄생 전의 시간을 복소수라고 주장했듯이, 복소수 시간은 사건 간 인과관계를 잘 보여 줄 수 있다. 물론 아이디어 단계이다.

복소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 물길이다. 그 물길이 때가 되면 표면에 나와 사막에 오아시스를 형성한다. 우리 노력이 지금은 더딜지라도 지하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힘들 땐 복소수를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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