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수급난 우려 해소…고가 재고 부담은 지속

중동 전쟁이 개전 106일 만에 종전 수순에 들어가면서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도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함께 불거진 원료 수급 차질 우려가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다만 전쟁 기간 쌓아둔 고가 재고 등에 따른 역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는 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다.
15일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19일 종전 서명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개방을 전적으로 승인한다"며 "미 해군의 해상 봉쇄도 즉시 해제할 것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정유·석화업계는 원료 수급 정상화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 일단 안도하고 있다. 전쟁 이전 국내로 수입되는 중동산 원유와 나프타의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는 만큼 2월 말 해협 봉쇄 조치 이후 원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주요 석화업체는 나프타 수급 차질이 지속되면서 고객사에 '불가항력'을 선언하거나 일부 공장의 가동을 멈췄고, 정유업계의 경우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조 단위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업계에선 종전 합의에따라 공급망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환율 변동성과 해상운임 상승 압력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중동산 원유 조달 비중이 확대되면서 향후 유사한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과거보다 대응 여력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쟁 종식이 곧바로 업황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쟁 기간 높은 가격에 확보한 원유와 나프타 재고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역래깅 효과에 따른 손실이 예상되고, 1분기 실적에 기여했던 재고 관련 이익이 대규모 평가손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유업계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얼마나 보전받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업계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MOPS)을 기준으로 손실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석화업계의 근본적인 고민도 여전하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증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구조적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료 수급 차질이나 공급망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환율 변동성과 운임 급등 압력도 진정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전쟁 기간 비싼 가격에 들여온 원료 재고 영향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