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글루코스 클램프' 평가법 도입…기존 피하주사제와 맞대결

제약ㆍ바이오 업계에서 미해결 난제인 ‘경구용 인슐린’ 개발을 위해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표준을 앞세운 정면 돌파에 나섰다. 삼천당제약이 자사의 독자적인 경구용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 'SCD0503'의 유럽 임상 시험에 속도를 내며 전 세계 당뇨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사제 대신 알약 하나로 인슐린을 투여하는 경구용 인슐린은 환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 ‘꿈의 기술’로 불린다. 그러나 위장관 내 소화 효소에 의한 단백질 분해, 낮은 흡수율 등의 장벽 때문에 글로벌 빅파마들조차 대규모 임상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던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분야다.
15일 삼천당제약에 따르면 개발 중인 경구용 인슐린 후보물질 SCD0503이 독일의 프로필(Profil)을 통해 유럽 임상 1상 시험에 착수했다.
최근 독일의 세계적인 당뇨 분야 임상 전문 기관인 프로필은 블로그를 통해 경구용 인슐린 개발의 현주소와 성공적인 검증을 위한 필수 조건들을 제시했다. 공교롭게도 현재 프로필에서 유럽 임상을 진행 중인 삼천당제약의 SCD0503은 해당 기관이 요구한 엄격한 글로벌 검증 기준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
프로필은 당뇨 분야의 권위자인 팀 하이제(Tim Heise) 박사의 논문을 인용해 과거 글로벌 경쟁사들이 초기 약력학 데이터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해 중단된 사례들을 언급하며, “핵심은 얼마나 엄밀하고 표준화된 방법으로 약효를 측정했는가에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삼천당제약이 자체 검증 대신 글로벌 규제기관(미국 식품의약국(FDA)ㆍ유럽의약품청(EMA))의 신규 인슐린 평가 기준법을 보유한 프로필을 임상 기관으로 낙점한 것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프로필은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ㆍ위고비, 사노피,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인슐린 임상을 다수 수행한 세계 최고 권위의 기관이다. 글로벌 표준의 잣대로 데이터의 공신력을 초기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까다로운 ‘글루코스 클램프’ 평가…맞춤형 임상설계로 대응
삼천당제약의 이번 임상 설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 FDA와 유럽 EMA가 인정하는 ‘글루코스 클램프(유글리세믹 클램프)’ 평가법의 도입이다. 일상적인 식후 혈당 측정 방식은 음식물 흡수의 변동성으로 인해 데이터의 오차가 크지만, 글루코스 클램프는 일정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주입하는 포도당 주입 속도(GIR)를 통해 약효를 정밀하게 정량화할 수 있어 인슐린 임상의 '골드 스탠다드(Gold Standard)'로 통한다.
삼천당제약은 SCD0503의 혈중 약물 농도를 보는 약동학(PK) 평가뿐만 아니라, GIR 기반의 약력학(PD) 평가를 병행한다. 이를 통해 △약효 발현 속도(tGIRmax) △최대 효과(GIRmax) △작용의 시작과 소실(t50%) △전체 혈당 강하 총량(AUC) 등 표준 지표를 철저하게 도출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임상은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피하주사 인슐린과 직접 비교(Head-to-Head)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기존 주사제 대비 알약의 효능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시장과 규제당국의 본질적인 질문에 가장 객관적인 데이터로 답하겠다는 취지다.
경구용 인슐린이 가진 또 다른 과학적 이점은 주사제와 다른 ‘흡수 경로’에 있다. 알약으로 복용 시 장에서 흡수된 뒤 간을 먼저 거치는 ‘간 초회 통과 효과’가 발생하는데, 이는 전신 인슐린 농도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체 고유의 생리적 인슐린 분포를 가장 유사하게 구현할 기회이기도 하다.
말초 혈중 인슐린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져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하주사와 달리, 경구용 인슐린은 간에 우선 작용해 말초 고인슐린혈증을 낮추고 체중 증가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프로필 측의 설명이다. 삼천당제약이 정밀한 데이터 측정을 통해 이 같은 생리학적 이점까지 증명해낸다면, SCD0503은 단순한 주사 대체재를 넘어 차세대 혁신 신약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회사는 이번 임상 1상에서 확보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규모 환자 대상의 약효 검증(임상 2a상)으로 신속하게 연계·확장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더 큰 환자군을 대상으로 당화혈색소(HbA1c) 감소와 저혈당 발생률 감소, 장기 안전성까지 입증해 나간다는 로드맵을 구축했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경구용 인슐린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다 나쁘다는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임상 데이터”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관에서 글로벌 잣대로 검증을 받는 만큼 S-PASS 플랫폼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