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일본은 지금] 한일 ACSA 체결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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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정책학과 특임교수

최근 한일 간에서는 지난달 7일 ‘2 플러스 2(외교+군사)’ 차관급 회의, 같은 달 19일 한일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렸다. 이 과정에서 일반 시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논의됐다. 바로 한일 간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문제다. 이후 3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기자가 한국이 일본과의 ACSA 체결을 거부하는 이유를 물었다. 에너지, 반도체, 중요광물 등에서는 뚜렷하게 협력을 다짐한 한일 두 나라이지만 군사 문제에는 거리가 있다. 그 배경과 전망 등을 고찰한다.

원래 ACSA란 무엇이고 왜 일본이 ACSA 체결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가? ACSA는 평시·유사시 상호 군수품과 용역을 제공하는 틀이다. 일본은 이미 미국·영국·인도·프랑스·호주·필리핀 등 여러 나라와 ACSA를 맺어 자위대의 후방 지원 체계를 넓혀 왔다.

한국도 미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과 유사한 군수지원 협정을 체결해 국제작전 때 실무를 단순화해 둔 상태이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거점이 일본이어서 한미일 3각체제를 실제로 돌리려면 한국과 일본 사이에도 군수지원의 ‘직선로’가 필요하다는 것이 양국 국방·외교 당국의 기본 인식이다. 그러나 이에 함정도 존재한다. 바로 ACSA를 빌미로 일본 자위대가 사실상 한반도에 자유롭게 상륙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ACSA에 비해 반도체, 배터리, 중요광물, 에너지 등에서는 이미 한일 협력이 눈에 띄게 강화되었다. 일례로 중요광물은 지난해 2월 처음 열린 한일 광물자원 대화에서 양국이 공급망 안정을 위해 협력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광물안보 파트너십(MSP)’ 등에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반도체·에너지 분야에서는 2024년 한미일 상무·산업장관 회의에서 반도체, 에너지 기술, 중요광물 분야의 공통 규범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자는 공동 인식을 확인했다.

연구·정책 논의에서도 한일은 반도체·2차전지·식량·에너지·광물의 공동 개발과 공급망 안정이 양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는 인식으로 일치해 있다.

이처럼 경제안보 영역에서는 ‘중국 의존도 줄이기’, ‘민주국가 공급망 블록’이라는 명분이 강해, 국내 여론도 실익이 명확하다는데 동의해 속도가 빠른 편이다.

그러나 군사협력에는 양국의 제약이 있다. 구체적으로 이 대통령은 일본 기자의 ACSA 관련 질문에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지금은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도 “지금은 ACSA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전한 것으로 보도됐다.

한국 측 핵심 제약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식민지 지배·전쟁 책임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 야스쿠니신사 관련 행보 등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강해 ‘자위대와의 군사협정’에 대한 한국인들의 거부감이 크다. 한국 시민단체들은 한일 ACSA 추진에 대해 ‘동아시아를 전쟁 위험으로 몰아넣는 시도’라고 비판한다.

둘째로 국회와 정치 구조로 살펴봐도 한국은 국회 비준이 필요한 군사협력에 대해 여야뿐만이 아니라 여론의 견제가 강하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만 해도 과거에 큰 정치적 논쟁을 겪었기 때문에 ACSA는 더욱 큰 정치적 논쟁이 되고 국내 대립을 야기시킬 것이다.

셋째로 일본의 재무장과 집단자위권 확대에 대한 경계가 남아 있어 한일 군사협력 심화가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최근 일본 내부에서는 한국과의 ACSA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이익을 기대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로 한반도 유사시 미군·자위대의 작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대만해협을 포함해서 역내 분쟁에 대비해 후방 지원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는 것이 한일 간 ACSA 체결이라고 일본 측은 주장한다. 즉, 한미일 안보협력을 제도적으로 고정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이런 인식은 한반도 유사시를 전제로 깔고 있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려는 한국 정부 입장과 크게 대치된다. 일본은 마치 한반도의 유시시를 불러일으킬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여 그것부터가 비판의 대상이 된다.

아울러 일본 쪽도 제약이 있다. 첫째는 평화헌법과 여론이다. 자위대의 역할 확대에 대한 일본 국내 논쟁이 계속되고 있어서 한일 ACSA가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넓히는 ‘또 하나의 퍼즐 조각’으로 비판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3일 일본의 헌법기념일 때 도쿄 아리아케 공원에 5만 명 이상의 시민이 모여 ‘헌법 개정 반대, 다카이치 내각 퇴진!’을 외쳤다. 자위대를 정식 일본군으로 개편하려는 헌법 개정 반대 활동이 한일 ACSA 체결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더욱 격화할 수 있다.

둘째로 ACSA체결 논의의 반작용으로 한일 간의 강제동원 문제나 위안부 판결 등을 둘러싼 역사적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경우 한국 내 반발을 자극해 추진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본 내에도 있다.

그러므로 단기적으로 양국은 ACSA를 놓고 ‘원칙적 필요성 인정, 그러나 정치적 보류’라는 기조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은 한미일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연합훈련 확대 등을 통해 이미 사실상의 작전 협력을 넓혀 가고 있다. 군사·안보 협력은 ‘조용히, 점진적으로’ 깊어지되 상징성이 큰 ACSA는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ACSA가 실현되려면 우선 일본의 역사 인식 관련 발언이나 행보에서 큰 마찰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 내부에서 ‘실익이 크다’는 여론이 확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이 한미일 3각체제 고도화를 위해 한일 ACSA 체결을 강하게 압박하면 오히려 한국 내 반발이 커져서 잘 안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위상도 이전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봐도 현실적으로 한일이 양자 군사동맹 조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이미 한국은 한미동맹, 일본은 미·일 동맹을 통해 사실상 한미일 3각 구조 안에 있다. 새로운 정식 동맹을 만들 실익이 별로 없다.

한국 여론에서는 과거사, 독도 등 미해결 현안이 남아 있는 한 ACSA 체결은 정치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일본도 헌법과 국내 정치 환경상 미국 이외의 국가와 노골적인 양자 동맹 조약 체결은 부담이 크다.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은 경로일 것이다. 그것은 한미일 3국 훈련·정보공유·미사일 방어 공조의 일상화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다자 안전보장 협의체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 틀 안에서 한일 ACSA 같은 실무협정을 ‘기술적’ 사안으로 처리하는 방향이 현 상황에서 현실적 해결책이다.

한미일 3각 협력 속에서 협력을 진행되되, 정치적 상징과 표현은 최대한 자제하는 형태가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일본이 과거에 독도를 군사기지로 이용한 전례가 있는 만큼 독도 문제 해결 없이는 한일 군사협력 자체가 언제든지 암초를 맞이할 수 있다. 영토문제가 있는 나라끼리 군사 동맹을 맺은 사례는 없다. 일본 측이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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