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흑자보다 더 많이 팔았다”…셀 코리아 아닌 리밸런싱? [떠나는 외국인, 달라지는 증시 체질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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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챗GPT)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역대 최장인 24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이며 한 달여 만에 70조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실물경제가 달러를 벌어들이는 사이, 자본시장에서는 외국인 매물이 기록적으로 쏟아진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급등한 반도체 비중과 커진 시장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73조4621억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은 역대 최장인 2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오다 12일 2조1070억원 순매수로 돌아서며 연속 매도 행진을 멈췄다. 그러나 한 달여간 쌓인 매도 규모는 여전히 막대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282억9000만달러, 약 43조37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이 최근 한 달여간 코스피에서 팔아치운 금액은 73조4621억원으로, 4월 경상수지 흑자의 1.7배에 달했다. 반도체 수출로 나라 밖에서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그보다 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외국인 매물은 개인과 기관이 받아냈다. 같은 기간 개인은 60조2083억원, 기관은 12조1582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그러나 지수는 크게 흔들렸다. 외국인 현물 매도는 선물 약세와 프로그램 매도로 번졌고, 코스피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최근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된 것도 외국인 매도가 파생시장과 맞물리며 충격을 증폭시킨 영향이 컸다.

시장 불안은 공포지수에도 반영됐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9일 91.23으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11일 87.30으로 낮아졌지만, 12일 다시 89.91로 올라섰다. 전고점에서는 다소 내려왔지만 여전히 금융위기급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증시가 크게 출렁이면서 외국인들이 포트폴리오 위험을 낮추기 위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외국인 보유 비중은 매도 규모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도에 나섰지만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보유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7일 39.08%에서 이달 12일 40.01%로 높아졌다. 이달 2일에는 40.56%까지 올라 40%대를 넘었다. 전체 상장주식 수 대비 외국인 보유 주식 수 비율도 같은 기간 19.06%에서 19.41%로 상승했다. 평가액 기준은 물론 주식 수 기준으로도 외국인 비중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국내 증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반도체 투톱에 크게 기대는 시장이라는 특수성과 맞닿아 있다. 두 종목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48%를 차지한다. 외국인 보유 비중이 큰 반도체 대형주가 급등하면서 외국인이 일부 차익실현에 나서도 남은 보유 주식의 평가액은 더 빠르게 불어났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외국인 매도를 기계적 리밸런싱으로 해석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커질수록 글로벌 펀드가 한국 주식을 마음껏 담기 어려워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국 적격투자회사(RIC) 규정을 적용받는 펀드는 한 종목에 자산의 25% 이상을 몰아넣기 어렵다. 5% 이상 담은 종목들의 합산 비중도 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내 비중이 절반 안팎까지 커지면, 코스피를 그대로 따라 사는 것만으로도 분산투자 한도에 걸릴 수 있다. 주가가 오를수록 외국인이 팔 수밖에 없는 압력이 생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코스피의 절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코스피 비중대로 담으면 분산투자 요건을 위반하게 되는 구조”라며 “최근 외국인 매도는 한국 증시 이탈이라기보다 급등한 반도체 비중을 낮추는 리밸런싱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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