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한국, AI 공급망 거점으로"…반도체·데이터센터·로봇 묶는 '프로젝트 트리니티'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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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정책실장, 11일 페이스북 글 게재
반도체·데이터센터·로봇 '삼각축' 제시
세 산업 순환구조로 묶어 'AI 거점화'
"공급망 재편되는 지금이 기회" 선점 강조

▲김용범 정책실장이 4월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면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반도체·AI 데이터센터·로봇(피지컬 AI) 세 산업을 하나의 순환 구조로 묶어 한국을 'AI 공급망 거점'으로 만들자는 국가전략 구상을 내놨다. 셋을 따로 키우면 부품·서버·하청에 머물지만 하나로 연결하면 공급망 전체를 떠받치는 거점이 된다는 것으로, 대만 지정학 리스크와 미국발 대(對)중국 기술 분리, 각국 전력난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지금이 반도체·전력망·첨단 제조를 동시에 갖춘 한국에는 기회라는 진단이다.

김 정책실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프로젝트 트리니티: AI 시대의 산업 삼각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반도체, AI 데이터센터(AIDC·AI 학습과 추론을 돌리는 대형 전산시설), 피지컬 AI(로봇 등 현실에서 움직이는 물리적 AI)를 세 축으로 제시하고, 셋을 따로 키우는 게 아니라 하나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정책실장은 "반도체만 있으면 부품 파는 나라, 전력망만 있으면 서버 빌려주는 나라, 제조 역량만 있으면 위탁 생산기지에 머문다"며 "셋이 연결돼야 위치가 달라진다"고 했다. AI를 설계하는 기업은 많지만, AI를 대규모로 학습시키고 반도체를 공급하며 현실에 배치하는 공급망 전체를 가진 나라는 드물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배경으로는 글로벌 AI 공급망의 재편을 들었다. 그동안은 미국이 모델을 설계하고 대만이 첨단 반도체를 만들고 중국이 대규모 제조를 맡는 구조였으나, 대만은 지정학 리스크가, 중국은 미국발 기술 디커플링(decoupling·기술·공급망 분리) 압력이 커졌고 각국은 AI 연산용 전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정책실장은 한국이 반도체·전력 인프라·첨단 제조를 동시에 갖춘 흔치 않은 나라라고 평가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는 이미 맞물려 있다고 봤다.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GPU와 메모리 사이 데이터 전송 병목을 푸는 고성능 메모리) 공급의 큰 축을 한국 기업이 쥐고 있고, AIDC가 국내에 늘어날수록 차세대 메모리와 패키징을 실제 환경에서 시험·공동개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건은 전력으로 지목했다. 김 정책실장은 "지금 AIDC 투자의 가장 큰 발목은 돈이 아니라 전력"이라며 미국 버지니아, 아일랜드 더블린, 싱가포르 등 주요 거점이 전력난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송배전 효율을 갖춘 한국 전력망을 "쉽게 구하기 어려운 자산"으로 규정했다.

배치 방식으로는 비수도권 분산을 제시했다. AIDC를 발전 설비 인근에 두면 멀리 보낼 전력을 현지에서 써 송전망 부담이 줄고, 대형 AIDC라는 확실한 수요가 그 지역의 발전·송배전 투자를 끌어오는 마중물이 된다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첨단 산업 기반 조성 효과도 함께 거론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을 냉각·전력관리·EPC(설계·조달·시공)·운영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과정으로 규정하고, 액침냉각 등 기술을 국내에서 먼저 실증해 수출로 연결할 수 있다고 했다.

피지컬 AI는 '제2의 반도체'로 평가했다. 먼저 들어간 쪽이 우위를 오래 지키는 시장 구조, 국가 차원의 집중 투자, 제조 역량이라는 1980년대 반도체 성공 조건이 피지컬 AI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 정책실장은 자동차 공장·반도체 라인·조선소·물류센터 같은 제조 현장을 로봇 학습의 테스트베드(실증 기반)로 제시하며, AI는 실제 환경에서 반복 학습해야 완성된다고 했다.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돌봄·물류·제조 현장의 일손 수요가 수십 년 이어질 구조적 시장이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구상의 종착점은 '데이터 플라이휠'이다. 데이터센터가 모델을 학습시키고, 반도체가 모델을 효율적으로 구동하며, 피지컬 AI가 현장에서 모델을 쓰고, 거기서 나온 데이터가 다시 데이터센터로 돌아와 모델을 키우는 순환 구조다. 이 고리가 돌면 세 산업의 단순 합이 아니라 국가 단위 AI 플랫폼이 된다는 것이다. 김 정책실장은 "생산 능력은 따라잡을 수 있고 기술도 언젠가 비슷해질 수 있지만, 데이터와 운영 경험이 쌓인 공급망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구상은 김 정책실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어온 'AI 산업론'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지난달 11일에도 페이스북에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과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선택이 아니라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이를 국민배당금 재원으로 검토하자는 글을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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