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서 질문. 외주제작사 직원도 넷플릭스를 상대로 ‘교섭’에 나설 수 있을까? 예컨대 고용 안정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달라든가, 촬영 현장의 안전·보건 체계를 세계적인 기준에 걸맞게 구축해달라든가, 전체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율을 현실화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며 ‘교섭 테이블로 나오라’고 주장하는 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원칙적으론 성사될 수 없다. 넷플릭스가 외주제작사 직원을 직접 고용한 게 아니라서다. 그동안 이런 요구는 직원을 직접 고용한 외주제작사 대표에게만 할 수 있었다.
최근 흐름은 다르다. ‘직접 고용’하지 않았더라도 현장에서 업무를 지휘하는 등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되면 외주제작사 직원도 넷플릭스를 상대로 ‘진짜 사장으로서의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며 다퉈볼 수 있다. 법원은 증거에 따라 영상콘텐츠업계에서 외주 및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해온 원고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추세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부터는 근로자 자격을 인정받은 하청 직원이 원청 회사를 상대로 ‘교섭’까지 요구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넷플릭스가 외주제작사 드라마에 캐스팅된 배우의 출연료나 연출, 촬영 등 핵심 스태프의 몸값을 사실상 통제한다면? 촬영 현장에 자사 직원을 출근시켜 ‘일을 잘 하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PD에게 구체적인 수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면? 후반작업 업체를 특정해서 정해준다면? 아마 외주제작사 직원들이 충분히 넷플릭스의 사용자성을 다퉈볼 만한 사례일 것이다. 법원이 그 지배력을 인정한다면 넷플릭스는 당연히 교섭에도 나서야 한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과거와 달리 가능성이 열려있는 시대가 됐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