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운기 개조·안전벨트 경보·119 자동연계 추진…축사·외국인노동자 안전관리도 강화

농촌 일터가 일반 산업현장보다 위험한 공간으로 굳어지고 있다. 농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논농사는 사실상 대부분 기계에 의존하고, 고령농이 경운기와 트랙터를 직접 다루는 작업 환경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다. 2024년 농작업 중 숨진 농업인은 297명, 이 가운데 174명이 농기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정부가 경운기와 트랙터 같은 고위험 농기계부터 축사·저수지·외국인노동자 작업환경까지 한꺼번에 손보기로 한 것은 농작업 사고를 개인 부주의나 사후 보험 보상에 맡겨서는 농촌 일터의 높은 재해율을 낮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일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농림분야 재해율을 낮추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한 ‘농림분야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수립·발표했다.
정부 목표는 2030년까지 농작업 사망·부상자율을 2024년보다 25% 낮추는 것이다. 농업인안전보험 기준 사망만인율은 2024년 만 명당 2.99명에서 2030년 2.20명으로, 부상자율은 5.13%에서 3.85%로 낮춘다. 인원 기준으로는 사망자를 297명에서 220명으로, 부상자를 5만852명에서 3만8152명으로 줄이는 구상이다.
농업 현장의 재해율은 일반 산업현장보다 훨씬 높다. 2024년 농업인안전보험 기준 농업분야 재해율은 5.00%로 산재보험 기준 전체 산업재해율 0.67%의 약 7.5배였다. 사망만인율도 농업은 만 명당 2.99명으로 전체 산업재해 0.98명의 3.1배 수준이다. 60대 이상 농업 취업자 비중이 2020년 70.0%에서 2024년 75.5%로 높아진 데다 논농사 기계화율은 99.7%에 달해 사고가 나면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구조다.

대책의 핵심은 농기계다. 정부는 트랙터·운반차·로더·승용제초기에 적용하던 운전자 보호구조물 설치 의무를 지게차와 굴착기까지 확대하고, 승용형 농기계에는 안전벨트 미착용 시 90초간 경보음이 울리는 장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야간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반사판 기준도 자동차·건설기계 수준으로 강화하고, 유통·사용 단계 점검 대상은 299개 모델에서 350개 모델로 늘린다.
고령농이 많이 쓰는 경운기는 노후 기계 폐차 지원을 검토하고, 보행형 운전대를 핸들형으로 개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본다. 파쇄기는 신체가 접근하면 자동으로 멈추는 기능과 역회전 기능을 의무화한다. 농촌진흥청은 농기계 사고감지 단말기 1297대를 설치·보급해 전도·전복 사고가 발생하면 119 상황실로 사고 정보가 자동 연계되는 시스템도 시범 운영한다.
축사와 농업 기반시설 안전관리도 강화된다. 양돈장 슬러리피트, 집수조, 분뇨처리시설 등 질식·추락 위험이 큰 공간에는 환기팬·송기마스크 등 안전장비 공동구매를 지원하고, 축사시설현대화사업 자금 사용처에 안전시설·장비를 추가한다. 산지유통센터(APC)와 미곡종합처리장(RPC)은 안전점검 결과를 자금 지원과 연계하고, 저수지·용배수로에는 안전난간과 안내판, 야간조명 등 접근 차단시설을 확대한다.
고령농·여성농·외국인노동자 대책도 함께 추진된다. 고령농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2026년 91개 시군에서 예방요원 1149명을 선발하고, 왕진버스 사업은 2025년 264개소·7만5000명에서 2026년 353개소·8만4000명으로 확대한다. 여성농 특수건강검진 대상 연령은 51~70세에서 51~80세로 넓히고, 계절근로자(E-8) 비자 신청 때는 외국인노동자와 배정 농가의 안전체크리스트 제출을 의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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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사후 보상 중심의 법 체계도 예방 중심으로 바꾼다. 현행 ‘농어업인안전보험법’을 분리해 2027년 가칭 ‘농작업 안전증진 및 재해예방 법률’을 제정하고, 농업인안전보험은 산재보험 수준으로 보장을 높이는 방향으로 단계적으로 통합한다. 농작업 사망재해 통계는 올해 국가승인통계로 관리하고, 비사망재해 통계도 2028년까지 국가승인통계화를 추진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농림업인의 재해를 최소화하고 안전한 농작업장 환경 조성을 위해 즉시 시행 가능한 과제부터 우선 추진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종합대책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과 점검을 통해 농림분야 안전관리 시스템을 완비해 나가 농업인과 임업인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