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우리·농협도 협업 검토⋯디지털자산 판 짜기 속도
발행 넘어 거래소·플랫폼·결제망 주도권 경쟁 본격화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금융권의 합종연횡이 빨라지고 있다. 하나금융이 두나무와의 연대를 앞세워 선점에 나선 가운데 주요 금융지주와 지방은행, 핀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시장 판 짜기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IBK기업은행, 토스, BNK금융그룹, iM뱅크 등은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비공개 디지털자산 간담회를 열고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시장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서는 디지털자산 법·제도 변화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따른 금융권 대응 전략, 향후 협력 가능성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각 사 실무진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대비한 협력 방안과 시장 전망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회동을 단순 정보 교류를 넘어 향후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사전 논의 성격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은 토스와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이 발행을 맡고 토스가 유통을 담당하는 방안이 거론되며, 국민은행과 제휴 관계인 가상자산거래소 빗썸도 잠재적 협력 축으로 꼽힌다.
카카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을 중심으로 자체 사업을 준비해왔지만, 은행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유력해지면서 금융권 파트너 확보에 나섰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법·제도 정비 흐름에 맞춰 단계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며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 등이 협력 대상으로 언급된다. 두 금융그룹 모두 아직 특정 사업자와의 연대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협업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하나금융의 선제 투자 이후 더욱 빨라졌다는 평가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228만4000주(6.55%)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하나은행은 두나무의 4대 주주에 오른다.
하나금융은 당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외환 네트워크와 업비트의 이용자 기반, 네이버페이와 쇼핑 플랫폼 인프라가 결합할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부터 유통, 결제까지 아우르는 대형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단순 발행 경쟁을 넘어 거래소와 플랫폼, 결제망을 확보하기 위한 생태계 주도권 경쟁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시장이 열릴 경우 은행과 핀테크, 거래소, 플랫폼 사업자 간 협력 구조가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데다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예금토큰 실증사업 ‘프로젝트 한강’도 변수로 꼽힌다. 예금토큰이 실제 결제 수단으로 빠르게 안착할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역할과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