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이야, 마트야?…‘창고형 약국’ 문전성시[치료접근성 vs 약물오남용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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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용산 핫플에 안착한 창고형 약국 [가보니]

치료접근성 강화냐 약물 오남용 우려냐

창고형 약국, 비대면진료, 편의점 안전상비약 등 의료·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들이 빠르게 일상 속에 안착했다. 소비자들은 더 편리하게 약을 사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약물 안전관리와 오남용 우려도 제기된다. 초고령사회와 1인 가구 증가, 의료 체계 변화 등의 영향으로 국민은 더 쉽고 빠른 의료서비스를 원한다. 반면 의약품과 의료행위 특성상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도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의료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약물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만들어낼지가 향후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신관 1층에 위치한 창고형 약국 ‘메디킹덤’ 입구 모습. (한성주 기자 hsj@)

“와 이거 봐, 진짜 싸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창고형 약국을 찾은 손님들의 입에서 연신 감탄사가 쏟아졌다. 올해 2월 전자랜드 1층에 약 800평 규모로 문을 연 ‘메디킹덤’은 개업 5개월 만에 용산의 주요 구경거리로 자리 잡았다. 창고형 약국은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제품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특징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실제로 매장 내부를 지켜보면 인기의 요인은 따로 있었다.

본지는 최근 용산, 명동 등 서울의 주요 상업지구에서 성업 중인 대형 약국을 둘러봤다. 메디킹덤과 ‘레디영’ 등은 이른바 ‘창고형’, ‘초대형’ 수식어를 달고 등장한 약국 브랜드다. 등장 초기 약사법 위반과 약물 오남용 우려까지 기성 약업계의 반발과 논란을 일으켰지만, 드러그스토어나 마트처럼 운영되는 방식이 손님들을 끌어모으는 특장점으로 작용했다.

전자랜드 상가에 들어서면 1층 바닥 곳곳에 부착된 ‘메디킹덤약국 가는 길’ 안내표시가 눈에 띈다. 약국 입구 바로 앞엔 검은색 카트와 장바구니가 정리돼 있어 대형 쇼핑몰과 비슷한 모습이다. 손님들은 대부분 여러 품목을 구매할 계획을 세우고 온 듯 카트를 끌고 입장했다. 장바구니를 들고 매장을 구경하던 한 손님은 “2000원, 3000원 하는 약들이 쌓여있으니 다이소에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신관 1층에 위치한 창고형 약국 ‘메디킹덤’ 입구 앞에 손님들이 이용할 카트와 장바구니가 정리돼 있다. (한성주 기자 hsj@)

매대에 진열된 제품은 건강기능식품, 일반의약품, 의약외품 등 처방전 없이도 구매할 수 있는 품목들이다. 젤리와 음료수 등 간식은 물론 알약을 소분할 수 있는 케이스와 화장품 보관 파우치 같은 소품도 판매하고 있다. 각각의 매대 위와 벽면에는 ‘눈 건강’, ‘관절 건강’, ‘감기·어린이·상비약’ 등 의약품의 용도와 증상이 적힌 안내판이 걸려있다.

매장 내에는 약사와 일반 직원들이 다수 근무하고 있었다. 파란색, 노란색 조끼를 입은 직원들은 진열과 재고 파악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약사들은 흰 가운을 입고 손님을 응대하거나 계산대에서 제품을 계산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계산대 뒤쪽 벽에는 약사 면허증이 담긴 액자가 10개 걸려 있다.

창고형 약국이 처음 등장했을 때 약국가에서는 약사법이 정한 ‘1인 1 약국 개소’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의약품 과소비를 조장하고 복약지도를 하지 않은 채 판매해 약물 오남용 위험이 크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하지만 실제로 둘러본 매장에서는 오히려 기존 소형 약국보다 상세한 상담과 지도가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다수의 약사가 근무하며 상담과 판매를 분담하다 보니 손님 응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구조였다.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신관 1층에 위치한 창고형 약국 ‘메디킹덤’ 계산대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알부민·아미노산·아르기닌·경옥고’ 매대 앞에서 한 손님은 매장에 상주하는 약사에게 “어머니가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마치셨는데 기력 회복에 어떤 것이 도움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물었다. 약사는 어머니의 평소 음주, 흡연 여부와 식습관, 운동 습관, 기저질환, 복용 중인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을 자세히 되물으며 프로바이오틱스를 비롯한 제품들을 추천했다.

또 다른 약사는 오메가3 제품들이 진열된 매대 앞에서 “함량이 높으면 알약의 크기가 커지는데 이런 제품은 함량 대비 크기가 작아 복용하기 편하다. 함량이 높다고 그 수치가 100% 몸에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상담 이후에도 손님들은 계속해서 매장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구경했으며, ‘설명을 들었으니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라는 부담감도 없는 분위기였다.

▲서울 중구 명동 골목을 따라 설치된 미디어폴에 레디영약국 광고가 재생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명동에는 핵심 상권의 동일한 골목에 200m 간격으로 ‘명동레디영약국’과 ‘명동타운레디영약국’ 두 곳이 영업 중이다. 명동레디영약국은 건물 2층 규모로, 내부에는 화장품 브랜드의 팝업(POP-UP) 행사장까지 마련돼 있다. 골목 초입으로 들어서자 늘어선 미디어폴에 일제히 레디영약국 광고가 재생되고 있었다.

레디영약국은 미용 분야에 방점을 찍은 듯 보였다.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에 집중한 메디킹덤과 달리 이곳에는 가정상비약으로 구매할법한 일반의약품의 품목 수가 많지 않았다. 대신 마스크팩과 보습크림, 제약사에서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제품이 매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명동의 두 매장 모두 멍 크림, 부종 완화 크림, 흉터 연고들이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매대에 진열돼 있었다. 성형외과와 미용시술 전문 피부과 및 일반의원이 즐비한 명동 상권의 특성을 반영한 듯 보였다. 여드름 연고, 피부 영양제로 알려진 히알루론산 함유 건강기능식품도 매대 앞쪽을 차지했다.

▲서울 중구 ‘명동레디영약국’ 입구에 외국인 손님을 위한 외국어 패울 중구 명동레디영약국 입구에 외국인 손님을 위한 외국어 팸플릿과 환전 키오스크가 마련돼 있다. (한성주 기자 hsj@)

레디영약국은 외국인 손님들을 집중 공략하는 모습이었다. 일반 직원들은 유니폼인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매장을 지키고 있었는데, 이들의 명찰은 일본어, 중국어로 쓰여 있었다. 매장 입구에도 여러 국가의 언어로 작성된 안내 팸플릿이 준비돼 있고 환전 키오스크도 운영 중이다.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 부스와 레디영 자체 캐릭터 인형도 있어 관광지를 방불케 했다.

약국가의 우려와 달리 창고형 약국을 방문한 손님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다. 여러 의약품의 가격과 함량을 직접 비교해보고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도를 높였다. 개인 약국에 비해 매장 출입에 부담이 없고 약사에게 충분히 질문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환경도 호평을 받는다.

명동레디영약국을 방문한 한 손님은 “자주 쓰는 안약이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있는 줄 몰랐다”라며 “약국에서 주는 것만 사서 썼는데 모든 제품이 정찰제로 진열돼 있으니 고를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양제도 동네 약국에선 실컷 물어본 뒤에 안 사고 나가기 눈치가 보이는데 부담 없이 구경할 수 있어 편리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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