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규제·코스피 1만 전망 맞물리며 투자성 차입 확대
레버리지 투자 수요 확산…‘영끌’ 자금도 증시로 이동

‘영끌’의 목적지가 부동산에서 주식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가 사실상 멈춰 선 사이,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가 동시에 불어나며 가계부채의 질적 성격이 급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70조2728억 원으로 지난달 말(767조2960억 원)보다 2조9768억 원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대출의 종류다. 이 기간 개인신용대출만 2조6496억 원 늘어나며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의 89.0%를 독식했다.
반면 가계대출의 '공룡'이었던 주담대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612조2693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25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에만 1조9104억 원이 불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증가세가 급격히 꺾인 셈이다.
그동안 가계부채 확대를 견인한 핵심 통로는 단연 주담대였다. 부동산 상승기마다 차주들은 주택 매입을 위해 대출 한도를 영혼까지 끌어모았고, 은행권 가계대출 추이 역시 주담대 흐름에 좌우됐다. 과거의 ‘영끌’이 대부분 부동산 시장을 향했던 이유다.
최근에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주택 매입을 위한 차입 여력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점 인식에 따른 주택 거래 부진까지 겹치면서 주담대를 통한 부동산 영끌 수요는 동력을 잃었다.
반면 용처가 자유로운 신용대출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묶인 상황에서 증시 상승 기대감이 커지자, 신용대출을 레버리지(지렛대) 삼아 주식 투자에 나서는 ‘투자성 차입’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내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는 극에 달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이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최고 1만1000선으로 상향 조정하고, 현대차증권 역시 강세장 지속 시 1만2000까지 열려 있다고 전망하는 등 낙관론이 확산된 점도 차입 투자를 자극했다.
이러한 투자 열기에 불을 지핀 것은 최근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 중심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다. 기초자산의 하루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이 상품들은 화끈한 변동성을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도파민 투자' 성향과 맞물리며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 27일 출시된 관련 상품 16종의 거래대금은 단 사흘 만에 27조8710억 원을 돌파했다. 증권가에서는 주식 계좌의 신용융자 한도에 막힌 투자자들이 신용대출로 조달한 현금을 들고 대거 레버리지 ETF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초체력이 탄탄한 우량주이면서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 포모(FOMO·소외 불안 증후군)에 휩싸인 영끌족을 유인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끌해서 집을 산다’는 인식이 공식이었지만, 지금은 규제와 증시 활황이 맞물려 신용대출을 통한 주식 투자로 흐름이 바뀌었다”며 “주담대 관리에 집중되던 가계부채 모니터링 체계도 이제는 자본시장형 차입 리스크까지 포괄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