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전소는 막대한 적자를 떠안고 있고, 반대로 수도권은 다가올 여름철 전력 피크 시기의 수급 불안을 매일 걱정해야 한다. 생산지와 소비지의 엇박자가 낳은 기형적인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전력망 확충이 물리적·사회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과거 6~7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동해안 송전선로 건설은 지역 주민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16년째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시대가 변했다. 국가 인프라 확충이라는 거창한 명분 아래 주민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할 수도 없고 과거처럼 정부가 억압적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는 AI 시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전기를 장거리로 보내는 기존 전력망 중심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현재 거론되는 유일하고도 현실적인 해법은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에서 바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에너지 모델이다. 국가 주도로 100GW 규모의 대대적인 재생에너지 전환이 예고된 가운데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토지 규제가 덜한 지방으로 전력 다소비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방식이다. 언제 될지 모를 송전탑 건설과 이를 둘러싼 님비(NIMBY) 현상에 쏟아부을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과 행정력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그 재원을 기업의 지방 이전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국가적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행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부가 쥐고 있는 전기요금 인하 카드나 일부 보조금만으로는 기업들의 시선을 단숨에 지방으로 돌릴 수 없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당장의 운영 비용 절감을 위해 지방행을 저울질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기업을 이끌어갈 핵심 인재들은 정주여건과 피부에 와닿는 혜택이 보장되지 않으면 짐을 싸지 않기 때문이다.
지산지소 구축을 위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기업을 유인할 법인세 감면은 기본이고, 지방으로 이전하는 임직원들에 대한 과감한 소득세 인하 등 종합적인 혜택 마련이 필수적이다. 전력망 한계에 따른 첨단 산업의 경쟁력 상실을 막으려면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세제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산지소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이 아니라 국가 생존이 걸린 중대 사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