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신프라이빗에쿼티(PE)가 기존 체급을 뛰어넘는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은 펀드) 조성에 나선다. 한국수출입은행과 대신증권 계열사 자금에 이어 국민성장펀드 출자금까지 확보하면서 AI·반도체 분야에 투자하는 최대 4000억원 규모 펀드 결성을 추진한다. 보수적인 출자 환경 속에서도 정책 기관과 계열 출자자(LP)의 신뢰를 동시에 확보하며 대신PE의 펀드레이징(자금모집) 저력을 다시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신PE는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 AI·반도체 중형 리그 위탁운용사(GP)로 최종 선정됐다. 같은 분야에서는 벤처캐피털(VC) 인터베스트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대신PE가 계획대로 4000억원 펀드 결성에 성공할 경우 기존 대신PE가 운용해온 블라인드펀드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AI·반도체 중형 리그는 운용사당 목표 결성액이 2000억원인 트랙이다. 정책출자비율은 54%로, 대신PE가 국민성장펀드에서 확보한 출자금은 1080억원이다. 이번 출자 사업 내 주요 블라인드펀드 트랙 중에서도 정책자금 비중이 높은 편이다. AI와 반도체가 국가 전략산업으로 부상한 가운데, 해당 분야의 중형 리그 GP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정책 적합성과 운용 역량을 함께 인정받은 셈이다.
대신PE는 앞서 한국수출입은행의 수출중소중견 지역주도성장 펀드 출자사업에서도 500억원 출자 확약을 받은 상태다. 여기에 대신증권 계열사 자금 500억원도 확보했다. 국민성장펀드 출자금까지 더하면 현재까지 확보한 앵커성 자금만 2000억원을 넘어선다. 신규 펀드 결성 전부터 절반 이상의 자금 기반을 마련한 만큼, 후속 민간 LP(출자자) 모집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다.
대신PE는 이를 기반으로 신규 블라인드펀드 규모를 최대 4000억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고상 최종 결성 규모는 목표 결성액의 200%를 넘길 수 없다. AI·반도체 중형 리그의 목표 결성액이 2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4000억원은 사실상 이번 트랙에서 가능한 상단이다. 대신PE가 상단까지 펀드 규모를 키우면 단순 후속 펀드를 넘어 하우스의 체급 자체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
이번 펀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대신PE의 펀드 체급을 크게 뛰어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대신PE는 현재 총 1조2757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 5개와 프로젝트펀드 5개를 운용하고 있다. 운용 중인 주요 펀드는 '대신-SKS 세컨더리'(2040억원), '대신코인베스트먼트'(2500억원), '대신-SKS 이노베이션'(2385억원), '대신코인베스트먼트'(2505억원), '대신그로쓰캡'(2000억원) 등이다.
기존 운용 펀드 대부분이 2000억~2500억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4000억원 규모 신규 펀드는 대신PE 입장에서 명확한 체급 상향이다. 기존 최대 펀드인 '대신코인베스트먼트 2022 제2호'의 약정액 2505억원과 비교해도 약 1500억원가량 큰 규모다. 펀드레이징이 계획대로 마무리될 경우 대신PE는 2000억원대 중견 운용사 이미지를 넘어 4000억원대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는 하우스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대신PE는 과거부터 메자닌, 그로스캐피탈, 세컨더리, 코인베스트먼트, 프로젝트펀드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왔다. 2010년 '대신-흥국 제일호 사모투자전문회사', 2011년 'KoFC 대신-아주 사모투자전문회사'를 시작으로 성장자본과 중소중견기업 투자 경험을 축적했다. 이후 세컨더리, 프리 IPO, 스페셜시츄에이션, 글로벌 공급망 투자 등으로 전략을 넓히며 시장 변화에 맞춰 운용 저변을 확장해왔다.
최근 펀드 구성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드러난다. '대신 SKS 이노베이션 제2호'는 중소중견기업 4차산업, 그로스캐피탈, 상장전 지분투자(프리 IPO), 스페셜시츄에이션 전략을 담았다. 앞서 2024년 결성한 대신글로벌 2024 사모투자합자회사는 글로벌 공급망을 투자 테마로 삼았다. 이번 AI·반도체 펀드 역시 기존 공급망·첨단산업 투자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대신PE가 단순 재무적 투자에서 벗어나 국가 전략산업과 맞닿은 성장 테마로 운용 색깔을 선명하게 바꾸고 있다는 의미다.
신규 펀드의 투자 방향은 AI와 반도체에 집중된다. AI·반도체 중형 리그는 첨단전략산업 중 AI 또는 반도체 산업을 영위하는 중소·중견기업에 목표 결성액의 60%, 초과 결성액의 4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대신PE는 이미 관련 분야에서 복수의 투자 후보 기업을 확보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자금 확보와 동시에 초기 투자 파이프라인까지 갖춘 만큼, 펀드 결성 이후 빠른 투자 집행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PE의 최근 투자 흐름도 이 방향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테크윙 교환사채(EB), 항공 기술기업 넥스트에어로스페이스, 위성 솔루션 기업 텔레픽스 등에 투자했다. 올해 들어서는 반도체 부품 제조기업 오엔에도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반도체와 우주항공, 첨단 제조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엑시트(투자금 회수) 측면에서는 펄어비스와 CJ올리브영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대신PE는 SKS PE와 공동 운용한 세컨더리 펀드를 통해 펄어비스에 투자했고, 단기간에 투자 원금의 5배가 넘는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CJ올리브영 투자에서는 코인베스트먼트 구조를 활용해 성장기업 투자와 회수를 동시에 경험했다. 성장성이 검증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적절한 시점에 회수하는 대신PE의 운용 방식이 성과로 이어진 사례다.
코렌스이엠 투자도 대신PE의 구조화 투자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기차 업황 둔화와 수주 불확실성이 이어진 가운데 조기상환 구조를 활용해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했다. 성장기업에 투자하되 하방 리스크를 관리하는 대신PE의 운용 방식이 드러난 거래로 평가된다. 단순히 공격적인 수익률만 좇기보다 구조화된 투자 설계로 안정적인 회수 가능성을 높여온 점이 정책성 자금 운용사로서 신뢰를 쌓는 배경이 됐다.
이번 국민성장펀드 선정은 대신PE가 기존의 코인베스트먼트·세컨더리·프로젝트 투자 경험을 AI·반도체 중심의 대형 블라인드펀드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4000억원 결성에 성공할 경우 기존 2000억원대 펀드 운용사에서 4000억원대 블라인드펀드 운용사로 체급을 높이게 된다. 정책기관과 계열 출자자의 신뢰, 첨단산업 투자 파이프라인, 과거 회수 성과가 맞물리면서 대신PE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대신PE는 기존에 2000억원대 펀드를 중심으로 운용해왔지만 이번 국민성장펀드 선정으로 한 단계 큰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도전하게 됐다"며 "수출입은행과 계열 자금, 국민성장펀드까지 앵커 자금을 확보한 만큼 남은 과제는 민간 자금을 얼마나 붙여 4000억원까지 키우느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