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와 관련해 사고 전 구조물 침하가 확인됐음에도 철도 운행 통제와 지지대 설치 등 선제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을 두고 붕괴 위험성을 조기에 판단하지 못한 것이 핵심이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28일 MBC 라디오 표준FM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를 인재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자연 재난이 아닌 이상은 대부분의 사고가 다 인재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사고 직전까지 고가 아래로 열차가 지나다닌 이유에 대해 “붕괴 위험이 있다고 판단을 못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판단하기 전에, 결론을 내리기 전에 사고가 나다 보니까 결국은 철도를 통제해야 할지 말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점검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상판이 약 3㎝ 내려앉은 상황이라면 먼저 통제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묻자, 정 교수는 통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도 위험도와 보강 조치에 관한 판단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통제를 하려면 그래도 이게 얼마나 위험한지, 또 어떤 보강 조치가 필요한지, 어떻게 보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판단이 필요하다”며 “그 판단을 하기 위해서 오후 2시에 점검이 시작된 건데 점검 시작하고 나서 30분 만에 이 사고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서는 안전점검을 위해 현장에 투입된 관계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정 교수는 점검 인원들이 당시 안전모 등 기본 보호구는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도, 구조물 붕괴 가능성을 확인하러 들어간 상황에서 응급조치가 충분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슬래브를 절단하고 나서 한 2.9㎝ 정도 단차가 생겨서 긴급, 응급조치는 어느 정도가 이루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언론에 보도되는 것 보면 거더에다 강한 연결작업을 임시적으로 조치했다고는 하는데 그걸로 부족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점검 요원들이 상판에 올라간 무게가 붕괴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혔다. 정 교수는 “그것도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이라며 “결과론적으로 보면 무너지는 것은,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고 볼 수가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거기에 올라간 것이 시간을 조금 더 단축시키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는 3㎝ 가까운 침하가 육안으로 확인됐다면 지지대를 먼저 세워야 했던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정 교수는 강선 보강, H빔 설치, 벤트 지지 등 구체적 조치가 필요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강선보강을 한다든지 H빔을 붙인다든지 또는 거기에 벤트를 받치는 것이 과연 필요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긴급하게 구조기술사를, 전문가를 자문할 분이 오신 것”이라며 “조금 더 일찍 와서 강선보강을 한다든지 H빔을 붙인다든지 벤트를 받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빨리 해서 빨리 만약 조치했다고 하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고가 조치 필요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거듭 언급했다. 정 교수는 “문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점검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나서 참 굉장히 안타깝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침하 발생부터 붕괴까지 약 12시간이 있었던 만큼 더 빠른 대응이 가능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좀 더 빠르게 했더라면 좋았을 수도 있겠다”며 “사고의 약간의 방지 효과는 있을 수 있었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새벽 시간대 작업 중 돌발 상황이 발생했고, 손상 정도를 뒤늦게 알게 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새벽에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고, 어떻게 보면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그걸 뒤늦게서야 자중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손상되었다는 것을 슬래브를 자르고 나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 시간이다 보니까 전문가를 바로 부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안전 문제라면 새벽이라도 분초를 다퉈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정 교수는 당시 현장에서 붕괴 위험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위험하다는 것을, 그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은 인식을 못 했던 것”이라며 “그동안 건축물 붕괴 사례는 많았지만, 교량 쪽 붕괴는 많지 않아 관련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