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이 동맹국 방산 시장에서 단순 무기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과 산업 기반 구축을 앞세운 장기 파트너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군비 지출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가운데, 각국이 무기 보유량보다 생산·보급 능력을 안보 경쟁력의 핵심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판단에서다.
한화그룹은 26일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방산 시장의 변화와 한화의 중장기 전략을 소개했다. 한화에 따르면 2025년 세계 군비 지출은 2조90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1년 연속 증가세다. 특히 유럽의 군비 지출은 1년 새 14% 늘었다.
한화는 최근 방산 수요의 초점이 달라지고 있다고 봤다. 과거에는 각국이 보유한 전투기, 함정, 포병 등 플랫폼 자체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전쟁 장기화에 대응해 무기와 탄약을 얼마나 빠르게 생산하고 보충할 수 있는지가 핵심 지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평시 공급망만으로는 소모되는 탄약과 장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인식도 커졌다. 웡 CSO는 “이제는 누가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생산 역량과 경제적 힘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화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대형 방산업체의 제조 역량과 스타트업식 혁신성을 함께 갖춘 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웡 CSO는 “한화는 전장에서 얻은 교훈을 빠르게 학습해 신기술에 적용할 수 있는 혁신 능력과 대량으로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산업 규모를 함께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의 방산 포트폴리오는 지상무기, 탄약, 유도무기, 함정 건조 등으로 확장돼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자율화, 디지털 제조 역량을 결합해 현대전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해외 시장 전략의 핵심은 현지화다. 유럽에서는 기술 이전, 공동생산, 장기 산업협력을 중심으로 각국 방산 현대화 정책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9 자주포는 폴란드, 루마니아, 노르웨이 등에서 운용되거나 계약이 체결됐고, 폴란드에서는 WB그룹과 천무 유도 로켓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 방위물자청과는 155㎜ 포병용 모듈형 장약체계 관련 1억1000만달러 규모의 기본계약도 확보했다.
미국에서는 조선과 탄약 공급망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화는 2024년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미국 해양 인프라 재건에 나섰다. 인프라 현대화와 스마트야드 시스템, 숙련 인력 확대를 통해 미국 내 선박 건조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2026년 1월 미국 육군으로부터 예비 임대 승인을 받은 파인블러프 아스널 내 13억달러 규모 탄약 시설을 통해 미국 내 탄약 공급망도 지원할 방침이다.
한화는 앞으로 동맹국 안보에서 산업 준비 태세가 군사 준비 태세와 분리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단순 완제품 수출이 아니라 현지 공장 현대화, 숙련 일자리 창출, 공급망 강화까지 함께 제공해야 장기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략이다.
웡 CSO는 “한화는 서방 동맹국들이 필요로 하는 혁신 속도와 생산 능력, 산업 규모를 제공할 수 있다”며 “한국이 동맹국이자 민주주의 국가라는 신뢰까지 결합돼 한화는 이들 국가의 방위에서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