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령층 생활비·부채 부담⋯공적 재무진단 확대 필요

국내 성인의 높은 금융지식이 실제 재무관리 행동으로 충분히 직결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고령층은 건강 악화나 장례비용, 상속·증여 등 미래 위험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공적 재무진단과 금융상담 지원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보험연구원은 ‘소비자 금융역량 진단과 정책과제’ 세미나를 열고 금융소비자 역량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생애주기별 금융교육 추진 현황과 중고령소비자의 금융역량 개선 과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이해력은 65.7점을 기록해 2022년 조사(66.5점) 대비 소폭 하락했다. 다만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2.7점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높은 금융지식이 실제 긍정적인 행동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지식 점수는 73.6점으로 높았으나, 소득·지출 관리와 장기 재무목표 설정 등을 평가하는 금융행위 점수는 64.7점에 그쳤다.
허수정 금감원 금융교육국 금융교육기획팀장은 금융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배운 내용을 실제로 적용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금감원은 아동·청소년기, 청년층, 중장년층, 고령층 등 생애주기 맞춤형 금융교육을 추진 중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중고령층의 금융역량 강화 방안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보험연구원이 전국 55~79세 중고령자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 이상이 신체적·정신적 건강 악화나 장례비용, 상속·증여 등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없거나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은퇴 이후 겪는 생활비와 부채 부담 역시 상당했다. 은퇴가구의 32.5%가 생활비 부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를 보유한 응답자 중 61%는 빚이 너무 많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고령소비자의 금융후생 개선을 위해 공적 재무진단 서비스 이용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채 및 현금흐름 관리, 완충자산 마련을 위한 재무관리 상담 지원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지식과 긍정적 금융행동 지표가 모두 가장 낮은 ‘금융역량 취약집단’을 위해서는 대면 재무진단 채널을 적극적으로 유지·활성화하고 비대면 채널의 사용 편의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디지털 금융서비스 이용 미숙이나 자신의 금융역량에 대한 과신 등이 긍정적 금융행동 실천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소비자의 비합리적 선택을 유발하는 ‘행태편향’을 경감하기 위한 객관적 장치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재무진단 전 짧은 퀴즈를 제공해 실제 금융지식 수준을 스스로 자각하게 하거나 대출 시 총 상환비용을 시각화하는 넛지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험연구원은 “중고령소비자의 금융후생 개선을 위해서는 금융지식 제고와 긍정적 금융행동 실천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과 유관기관, 금융권은 국민의 금융역량 향상을 위해 협업을 강화하고 생애주기 맞춤형 금융교육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