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3사 공급 확대⋯1세대 JPM서 3세대 JDS까지
중요성 커지는 습도 제어 기술⋯용인 신공장으로 캐파 5배 확대
“초격차 위해 대기업·장비사 협력 필요”⋯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중

임영진 저스템 대표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정의 진화 방향을 이같이 진단했다. 나노 단위의 미세화 경쟁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과거에는 고려 대상조차 되지 않았던 공기 중 수분이 반도체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웨이퍼를 담는 용기 내부를 질소(N₂)로 채우는 수준이면 충분했다면, 이제는 웨이퍼가 이동하는 순간 유입되는 외부 공기와 습도까지 제어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저스템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습도 제어 장비를 앞세워 급성장하고 있다. 기존 1세대 장비 ‘N2LPM’를 넘어 2세대 장비인 ‘JFS’를 본격 공급 중이고, 현재는 웨이퍼 이송 공간 전체를 통제하는 3세대 ‘JDS’까지 준비하고 있다. 임 대표는 “최종적으로는 모든 공정을 하나의 드라이 시스템으로 묶는 통합 솔루션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원래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이다. 이후 주성엔지니어링으로 자리를 옮기며 반도체 장비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시기는 1997~1998년 IMF 외환위기 직후였다.
그는 “당시만 해도 반도체 장비 국산화는 사실상 제로 수준이었다”며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같은 미국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실제 현장의 아이디어 상당수는 한국 엔지니어들에게서 나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장비가 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국내 현장에 있었고, 충분히 우리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그 흐름 속에서 주성엔지니어링이 장비 국산화를 시작했고 나 역시 그 시기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20여 년이 흐른 뒤 그가 창업한 저스템은 이제 메모리 3사를 고객으로 둔 글로벌 장비업체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공급구조에 큰 변화를 맞았다. 그동안 일부제품은 협력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종합 반도체 기업(IDM)에 공급했는데 이제는 글로벌 IDM 기업 모두에 저스템 이름으로 직접 공급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모든 글로벌 IDM에 지난해부터 직거래 형태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현재 공급물량은 전체 공정에 필요한 규모의 5%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본다. 앞으로 남은 공급여력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저스템의 핵심 경쟁력은 ‘습도 제어’다. 기존 반도체 공정은 통상 습도 40~45% 환경에서 운영됐다. 지나치게 건조하면 정전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 미세화가 극단으로 가면서 오히려 이 습도가 수율 저하 원인이 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구리 배선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과거 알루미늄 기반 배선보다 전기 전도성이 뛰어난 구리가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수분과 산소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임 대표는 “습도는 결국 물(H₂O)이고 산소를 포함하고 있다”며 “구리 라인이 수분에 장시간 노출되면 부식이 생기고 결국 신호 단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는 해외 논문 등을 통해 2000년대 초반부터 제기됐지만 실제 양산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임 대표는 “논문은 있었지만 이를 실제 장비로 연결한 곳은 거의 없었다”며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데 아무도 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장비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저스템은 우선 1세대 장비인 N2LPM을 개발했다. 웨이퍼를 담는 용기 내부에 질소를 공급해 습도를 약 5~10% 수준으로 낮추는 장비다. 현재 누적 판매량은 약 2만5000대 수준이며,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80%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후 등장한 것이 2세대 장비인 ‘JFS’다. 기존 장비는 웨이퍼 용기 내부 습도는 낮출 수 있었지만, 공정 과정에서 뚜껑이 열릴 때마다 외부 공기가 내부로 유입되는 문제가 있었다.
임 대표는 “문이 열릴 때 외부의 45% 습도가 그대로 빨려 들어오는 구조였다”며 “JFS는 개폐 순간에도 외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만들어 습도를 1% 수준까지 유지하는 장비”라고 설명했다.
현재 저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JFS 약 2000대를 공급한 상태다. 아직 숫자만 보면 1세대 장비보다 적지만, 임 대표는 오히려 여기서 큰 시장 가능성을 본다.
그는 “기존 1세대 장비가 설치된 시장만 따져도 앞으로 최소 2만5000대 이상의 교체 수요가 남아 있다”며 “전세계 곳곳에 반도체 팹이 들어서고 있는데, 그때마다 반드시 필요한 장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실적 성장세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
임 대표는 최근 실적 성장 배경으로 반도체 업황 회복과 함께 제품 경쟁력을 꼽았다. 그는 “현재 반도체 시장은 새로운 슈퍼사이클 국면에 들어서며 전반적인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호황이라고 모든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고, 결국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미리 준비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스템은 수율 향상에 필수적인 습도 제어 솔루션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었고, 이미 지난해 실적을 넘어선 상황”이라며 “올해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스템은 현재 3세대 제품인 JDS도 개발 완료 단계다. 기존에는 웨이퍼 용기 내부만 제어했다면, 앞으로는 웨이퍼가 이동하는 장비 내부 공간(EFEM) 전체의 습도를 5% 수준으로 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임 대표는 “지금은 통 안의 습도를 제어하는 수준이라면, 앞으로는 웨이퍼 표면 자체를 완전히 드라이하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최종적으로는 1·2·3세대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한 토탈 솔루션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확대도 저스템에는 기회다. 그는 “HBM은 패키징 과정에서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습도 제어가 요구된다”며 “관련 평가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저스템은 현재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도 개발 중이다.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외 주요 업체들과 경쟁하는 단계다.

임 대표는 “현재 시장에서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를 필두로, 국내에서는 한미반도체 한화세미텍 세메스 등이 개발 중”이라며 “하이브리드 본더는 장비뿐 아니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공정 기술도 함께 맞물려야 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저스템은 반도체 외 분야로도 기술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 축적한 환경 제어·진공 기술을 기반으로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등 첨단 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OLED용 ‘고진공 이오나이저(VIS)’다. 이 장비는 OLED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정전기를 제거해 수율과 신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고진공 환경에서 이온만 생성해 증착 표면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으로, 세계 최초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제품은 장영실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시장점유율은 90% 이상으로 추정된다. 저스템은 2023년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체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2025년부터는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에도 공급을 시작했다.
2차전지 분야 진출도 추진 중이다. 저스템은 일본 장비업체 노리타케사로부터 활성화 공정용 에이징 장비를 수주했으며, 이후 전극 공정에 사용되는 롤투롤(Roll to Roll) 장비도 공급하고 있다. 해당 장비는 전극을 연속적으로 가열해 수분과 불순물을 제거하고, 새로운 건조 방식을 적용해 전극을 균일하게 가열하는 것이 특징이다.
생산능력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저스템은 용인에 약 6000평 규모 부지를 이미 매입했으며, 신규 공장이 완공되면 생산능력은 현재 대비 5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해외 고객 대응을 위한 현지 인력 채용도 확대 중이다.
다만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임 대표는 “중국 SMIC에서도 제품 수요는 발생하고 있지만, 한 번 공급하면 이후 카피 제품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몇 개 팔고 기술만 빼앗기느니 차라리 기술 이전 형태가 낫지 않겠느냐는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도 저스템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표 제품은 정전기 제거 장비다. OLED 패널 제조 과정에서 유리 기판과 금속 마스크 사이에 발생하는 정전기를 제거해 불량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회사들의 8.6세대 OLED 투자는 필연적이며, 이와 함께 저스템의 OLED 기술에 대한 시장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국내 반도체 장비 생태계 육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 대표는 “HBM처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장비가 필요하지만, 이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려면 수백억원이 들어간다”며 “국내 소자 기업들이 국내 장비업체에 먼저 협업 기회를 주고 함께 투자하면서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정부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지원 정책과 관련해 “선언적인 국산화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글로벌 경쟁력”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 이길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만들면 국산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여년간의 소부장 지원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냈는지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며 “세제 지원 같은 단편적 정책을 넘어 국내 대기업과 소부장 기업 간 실질적인 상생 협력과 공동 개발이 이뤄져야 한국에서도 ASML 같은 초격차 소부장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