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에너지 절감 수요 급증에 HVAC 시장 선점 경쟁 가속

유럽발(發) 탄소중립 정책과 고효율 난방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히트펌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럽 대형 주거단지 프로젝트를 잇달아 따내며 기업간거래(B2B) 수주 확대에 나섰고, LG전자는 국내 설치·유지보수 인프라를 키우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솔루션+서비스’ 경쟁으로 전장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폴란드 북동부 비아위스토크를 포함한 4개 도시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주거단지 프로젝트에 고효율 히트펌프 솔루션을 공급한다. 해당 사업은 폴란드 에너지기업 에코파크 주도로 약 25만평 부지에 370개 동 규모로 조성된다.
삼성전자는 프로젝트에 대형 히트펌프 실외기 ‘DVM S2’와 실내기 ‘DVM 하이드로 유닛’을 공급한다. DVM S2에는 실시간 환경 데이터를 학습해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액티브 AI’ 기능이 적용됐다. 실내기는 최대 80도 온수와 난방을 제공한다. 화석연료 기반 보일러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고 전기 기반 운영으로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장비 공급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기반 빌딩 관리 플랫폼 ‘스마트싱스 프로’도 적용한다. 각기 다른 지역에 분산된 주거단지의 난방·온수 설비와 공공시설 기기를 통합 관리하는 방식이다. 건물별 에너지 사용량 모니터링과 고장 예측 기능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영국 콘월 지역 대규모 재개발 사업에도 히트펌프와 스마트싱스 프로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유럽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 감축 정책과 각국 보조금 지원이 히트펌프 수요를 키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LG전자는 국내 시장 기반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설치·유지보수 역량까지 확보해 진입장벽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최근 경기 평택 HVAC 아카데미에서 히트펌프 보일러 설치·유지보수 전문 교육을 진행했다. 제주를 포함한 전국으로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LG전자가 육성한 설치 전문 엔지니어는 4000명 이상이며, 서비스 자회사 하이엠솔루텍을 통해 1000명 이상의 유지보수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24시간 접수와 2일 이내 대응 체계도 운영 중이다.
LG전자는 이달 국내 시장에 ‘LG 히트펌프 시스템 보일러’를 출시했다. 전력 대비 4~5배 수준의 열에너지를 생산해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 대비 약 40~60%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R32 냉매를 적용해 친환경성도 강화했다.
LG전자는 미국 알래스카와 노르웨이 오슬로, 중국 하얼빈 등 극한 환경 지역에 한랭지 연구소를 운영하며 차세대 히트펌프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43개국, 65개 지역에서는 매년 3만 명 이상의 냉난방공조(HVAC) 엔지니어를 양성 중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가전업체들의 히트펌프 경쟁이 냉난방기 판매 경쟁을 넘어 에너지 솔루션 사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가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 대 보급을 추진하고 있고, 유럽 중심의 탈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관련 시장 성장세가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히트펌프 성능 자체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설치 인프라와 유지보수, 원격 제어, 에너지 관리 플랫폼까지 포함한 종합 솔루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