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임채운의 경영직설] 정부 실패가 불러온 ‘삼전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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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등 쟁의 대상 키운 ‘노봉법’
주주권익 보호 의무 둔 ‘개정 상법’
주식분배로 노조투쟁 돌파구 찾길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투쟁이 온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민 대부분은 주주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419만 명에 이른다. 삼성전자 주식과 연동된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보유한 사람은 훨씬 더 많다.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에 수많은 국민의 이해가 걸려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국민들은 성과급을 둘러싼 여러 논쟁의 옳고 그름에 별 관심이 없다. 성과급을 더 받아 내기 위해 노조가 총파업을 단행하는 것이 적법한지 아닌지도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노조의 성과급 파업이 삼성전자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에 신경 쓴다. 삼성전자 노조 리스크가 불거지며 증권가는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외국인 투자가들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주가지수를 8000선까지 끌어올린 삼성전자 주가가 노조 총파업을 기점으로 상승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당연히 대다수 국민은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에 대해 비판적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무리하고 총파업이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70~80%로 나타났다. 정치성향·연령·지역과 관계없이 부정적 여론이 골고루 압도적이다. 응답자들이 반대 사유로 ‘주가 하락 및 개인 투자자 피해’를 꼽은 것이 특이하다. 이전에는 대기업의 노사분규를 국민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집 안에 불똥이 튀기는 꼴이 되어 행동에 나서는 주주들이 늘어났다.

삼성전자 주주 단체는 노조 파업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경우 주주 재산권에 대한 고의적 침해 행위로 간주하고 파업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경고했다. 회사 측에도 노조의 파업 위협에 굴복해 영업이익 기반의 일률적 성과급 체계를 받아들이면 배당권 침해와 배임을 사유로 경영진을 고발하고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어떤 경우이건 실제로 노조원이나 경영진 대상으로 손해배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 국민 여론이 성과급 반대로 기울어진 것이 노와 사 그리고 정부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삼성전자 주주들이 가세하며 노와 사 양측의 자율적 협상은 더 어렵게 되었다. 대표교섭권을 가진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다른 내부 노조들과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강경 투쟁에 나선 상황에서 물러날 처지가 안된다. 노조가 원래 안을 양보해 타협하면 소득 없이 소동만 피웠다고 뭇매를 맞을 것이 뻔하다.

삼성전자 경영진도 재량껏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면 주주들의 반발과 소송이 뒤따를 것이다. 자동차 조선 바이오 정보기술(IT) 등 전 업종으로 성과급 투쟁이 확산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는 한국 기업 전체의 표준으로 통용될 것이므로 섣불리 노조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

정부도 별수단이 없다. 과거에 제조 대기업의 강성 노조가 장기적으로 강경투쟁을 벌여 사회문제화하면 정부가 나서 회사 경영진에 압력을 가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수백만 명의 삼성전자 주주가 지켜보고 있어 섣불리 노조 주장을 받아 주라고 압박할 수 없다.

오히려 국민 여론은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을 막아야 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노동단체들은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위협하는 나쁜 선례라 절대 불가라고 반발한다.

과거에 노동분쟁은 노와 사의 이분법적 대립이었는데 지금은 노조와 회사 그리고 주주의 3자 구도로 변모했다.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에서 노조와 주주가 대립하고 회사가 중간에 끼인 형국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과연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흥미진진하다.

이런 난국의 뿌리는 상충적 정책에 기인한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영업이익 처분을 포함한 경영상 판단으로 확대해(제2조제5호) 성과급 투쟁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개정된 상법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를 추가해(제382조의3) 이사는 직무를 수행할 때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그러므로 삼성전자가 노조의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성과급을 달라는 요구를 수용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면 상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오늘날 이런 사태를 잉태한 것은 정책의 충돌이며 정부의 실패이다. 노조와 주주 모두를 만족시켜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문제의 핵심은 성과급의 본질을 오도하고 이윤 배분에만 집중하게 한 것에 있다. 원래 성과급의 취지는 직원과 주주의 이익을 일치시켜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효과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선진국 기업들은 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주식을 준다. 주가가 올라가면 직원, 주주 모두가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걸 우리는 현금으로 지급하며 성과급을 주는 것이 오히려 기업의 실적을 악화시키고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게 만든다. 직원-회사-주주 모두가 협력하여 이익을 늘리기보다는 정해진 이익에서 누가 더 많이 나눠 가지느냐는 분배 경쟁으로 변질된 것이 성과급 투쟁의 가장 큰 난점이며 주주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성과급의 악순환 고리를 고치지 않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보다 더 무서운 코리아 디스토피아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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