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장관 중재 끝 합의안 도출…21일 예고 총파업 철회 수순
파운드리·HBM 공급망 우려 일단 해소…반도체 업계 안도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마지막 협상에서 극적으로 합의했다. 중앙노동위원회 1·2차 사후조정 결렬 이후 총파업 가능성이 커졌지만 고용노동부장관까지 직접 중재에 나서 재협상 끝에 접점을 찾으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는 일단 해소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비롯해 정부와 재계,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대화와 타협을 촉구한 점이 노사 간 극적 합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재계와 노동부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이날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진행된 추가 교섭 끝에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노조가 예고했던 18일간 총파업(5월 21일~6월 7일) 계획은 잠정 중단됐다. 노조는 대신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 절차에 돌입한다. 찬반투표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된다.
잠정합의안에는 성과급 체계 개편이 대거 포함됐다. 노사는 기존 성과인센티브(OPI)를 유지하되 반도체(DS)부문에 대해서는 별도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도입하고 지급 한도를 두지 않기로 했다. 특별성과급 재원은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의 10.5% 수준으로 정했으며, 성과급 배분 비율은 ‘부문 40%, 사업부 60%’로 조정했다. 일부 보상은 자사주 형태로 지급하고 향후 10년간 제도를 운영하는 방안도 담겼다.
임금 및 복지 부문에서는 올해 기준임금 인상률을 4.1%, 성과인상률 평균을 2.1%로 정했다. 또 사내 주택대부 제도 도입, 출산경조금 상향, 샐러리캡 조정, 휴일 지정근무 보상 확대 등이 포함됐다. 노사는 협력업체 동반성장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공동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번 합의안은 초기업노조와 공동투쟁본부가 6개월간 헌신하며 투쟁해온 결실”이라며 “끝까지 조정 역할을 맡아준 정부와 관계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을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내부 갈등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앞으로 노조 내부 소통에 집중하고 노사관계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사측도 유화적 메시지를 냈다.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피플팀장(부사장)은 “이번 잠정합의가 상생의 노사문화를 만들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며 “회사는 이번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노사 상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 부사장은 이번 합의가 성과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오늘 노동조합과 잠정 합의를 했지만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은 지켜졌다”며 “그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최적의 방안을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대화를 통해 찾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별도 입장문을 내고 “뒤늦게나마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은 국민과 주주, 고객 여러분의 성원과 정부의 헌신적인 조정,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임직원들 덕분”이라며 “그동안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보다 성숙하고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며 “기업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합의를 ‘대화의 힘’으로 평가했다. 김영훈 장관은 브리핑에서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노사 자율 교섭으로 잠정합의에 이른 점에 대해 정부를 대신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이유는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는 대화의 힘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어떻게 보면 성장통”이라며 “거대한 변화 속에서도 대화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K-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잠정합의로 반도체 생산 차질과 공급망 충격 우려는 일단 피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조합원 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총파업 논의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올해 임금협약은 최종 확정되고 총파업 역시 사실상 철회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