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탄공원 함께 걸은 트럼프·시진핑…미·중 화해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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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은 아름답다”
시진핑, ‘중화문명 외교’ 펼쳐
대만 문제 질문에는 두 정상 ‘묵묵부답’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 톈탄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의 세계문화유산 톈탄공원을 함께 산책하며 우호적인 미·중 관계를 연출했다. 양국이 무역·대만·인공지능(AI) 기술 패권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갈등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은 전통 문화와 상징 공간을 활용한 ‘문명 외교’로 관계 안정 분위기 조성에 나선 모습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인민대회당에서 약 2시간 넘게 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오후 베이징 톈탄공원에서 다시 만났다. 중국중앙TV(CCTV)는 시 주석이 먼저 도착해 명·청 시대 황제들이 하늘에 풍년과 국가 안녕을 기원하던 ‘기년전’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나란히 석조 길을 걸으며 기념 촬영을 했고 이후 기년전을 함께 둘러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정말 놀라운 장소”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중국은 아름답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대만 문제와 관련한 질문도 나왔지만 두 정상 모두 답변하지 않았다.

톈탄공원은 자금성과 함께 베이징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상징으로 꼽힌다. 중국 당국은 양국 정상 경호를 위해 13~14일 일반 관광객 입장을 중단했다. 시 주석이 미·중 갈등 국면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의 역사성과 문명 이미지를 직접 보여주며 우호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첫 방중 당시에도 시 주석 안내로 자금성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자금성을 사실상 통째로 비우고 경극 공연과 국빈만찬, 차담회까지 준비하며 이례적인 ‘황제급 의전’을 제공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잊지 못할 방문”이라고 평가했고 중국 역시 이를 미·중 관계 개선의 상징 장면으로 적극 활용했다.

중국은 해외 정상 방문 때 역사 유적과 문화유산을 외교 무대로 적극 활용해왔다.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 현직 대통령 최초 방중 당시 만리장성을 방문했고,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도 톈탄공원과 이화원 등을 둘러봤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산시성 시안의 병마용을 방문했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만리장성과 자금성을 찾았다.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의 1998년 중국 방문은 9일 일정으로 진행됐고 당시 일본을 거치지 않고 중국을 먼저 방문해 ‘재팬 패싱’ 논란까지 불러왔다. 미국 대통령들의 중국 문화유산 방문은 단순 관광이 아니라 양국 관계 개선과 중국 문명 홍보를 동시에 노린 상징 외교의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최근 들어 이런 문화 외교를 더욱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 주석은 2024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집단학습에서 ‘문화강국 건설’을 강조하며 “국가의 문화적 소프트파워와 중화문화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중국이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도 문화와 역사, 전통을 활용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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