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심한 거 아니야?"
ENA·SBS Plus 연애 리얼리티 예능 '나는 SOLO(나는 솔로)' 31기를 향한 시청자 반응입니다.
최근 일부 출연자들의 경쟁 구도가 전파를 타며 온라인상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특정 출연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벽 너머로 듣고 눈물을 흘리거나, 스트레스로 병원에 향하는 모습까지 방송되면서 함께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이 같은 논란이 프로그램의 화제성과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로 '나는 솔로'는 올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가 하면 비드라마 화제성 1위도 기록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이어가는 중인데요. '날 것의 재미'와 일반인 출연자 보호 의무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가는 연애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셈입니다.

'나는 솔로'는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솔로 남녀들이 모여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극사실주의 데이팅 프로그램입니다. 2021년 7월 방송을 시작해 어느덧 31기의 이야기가 방송되고 있는데요. 이번 기수에서도 짝을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전국에서 모여든 영자, 옥순, 영숙, 경수, 영철, 영식(이상 가명) 등 출연자들이 고군분투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습니다.
매 기수 강조되는 출연자들의 진정성 때문일까요? 화제성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13일 방송된 '나는 솔로'는 평균 4.3%(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 ENA·SBS Plus 합산)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올해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4.94%까지 치솟았고, 타깃 지표인 '남녀 2049' 시청률 역시 2.8%로 수요일 전체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집계하는 펀덱스 차트(5월 12일 자)에서는 비드라마 화제성 순위에서 1위를 기록,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했죠.
다만 이 같은 관심의 중심에는 출연자 간 갈등과 논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번 31기에서는 일부 여성 출연자들이 순자가 없는 자리에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연이어 방송되면서 '뒷담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당사자가 벽 너머로 자신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듣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안타까움과 분노를 동시에 자아냈죠.
특히 13일 방송에서는 순자가 위경련 증세를 호소하다가 결국 제작진이 부른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는 모습이 공개됐는데요. 촬영 일시 중단이라는 흔치 않은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프로그램을 향한 관심은 더욱 높아진 상황입니다.
사랑을 찾기 위한 예능 프로그램인 만큼 "출연자들의 민낯이 흥미롭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타 출연자에게 무례한 행동"이라는 비판 역시 적지 않은데요. 갈등이 심화할수록 화제성이 커지는 연애 리얼리티의 구조가 다시 한번 주목받는 모습이죠.

논란이 커지면서 제작진의 연출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자막과 편집을 통해 이들의 갈등을 자극적으로 소비했다는 지적인데요. 실제 방송에서는 출연자들의 표정이나 반응을 교차 삽입하는 등 갈등 구도를 형성하는 연출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장치는 연애 리얼리티 특유의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이기도 합니다. 출연자들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포착하고 관계 흐름을 극적으로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유도하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출연자들의 감정과 갈등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방식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점이겠죠.
논란 이후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미방송분 역시 비슷한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갈등 상황이 담긴 영상들이 추가 공개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동시에 "제작진이 논란을 콘텐츠처럼 활용한다"는 비판도 뒤따른 겁니다. 비판의 영향인지 미방송분은 이내 비공개 처리됐는데요. 다시 보기 서비스에서도 본방송 회차의 분량이 조정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제작진의 사후 대응으로 논란이 종결된 건 아닙니다. 오히려 편집 방향을 둘러싼 불만이 새롭게 제기됐는데요. 일각에서는 "특정 출연자를 위한 편파적 연출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제작진의 개입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인데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자 대부분이 비연예인이라는 점에서 제작진의 고민은 깊어집니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악성 댓글이나 조롱 등 후폭풍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 일반인 출연자 보호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나는 솔로' 이전 기수 출연자들은 물론, 적지 않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방송 이후 온라인상에서 과도한 비난에 시달리며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프로그램 속 몇 장면이 짧은 영상이나 밈(Meme)으로 확산하면서 출연자 이미지가 낙인처럼 소비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일부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방송 이후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제작진 책임론 역시 함께 커졌는데요. 이후 영국 ITV 등 방송사는 출연자 보호 시스템 강화에 나서기도 했죠.
대표적인 사례가 '듀티 오브 케어(Duty of Care)' 체계입니다. ITV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자를 대상으로 촬영 전 심리 상담과 정신 건강 검사를 진행하고, 방송 이후에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2023년 '러브 아일랜드(Love Island)'에서는 출연자 보호 차원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랙아웃' 정책도 도입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촬영 기간 출연자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합니다. 이때 출연자 가족이나 지인이 대신 출연자의 SNS 계정을 운영해왔는데요. ITV는 출연자들이 악성 댓글과 온라인 공격에 노출되는 일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제한한 겁니다. 대신 참가자들에게 SNS·언론 대응 교육을 제공하고 정신건강 전문가 상담 등을 마련했죠.
다른 리얼리티 프로그램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입니다. '메리드 앳 퍼스트 사이트(Married at First Sight)'는 강렬한 갈등 구조와 자극적인 전개로 유명하지만, 출연자들의 감정 충돌이 과도해지거나 실험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전문가가 촬영 현장에 즉각 투입됩니다.
이에 핵심은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느냐에 가까워 보입니다. 특정 출연자를 일방적인 악역이나 피해자로 소비하는 걸 경계하고, 관계 변화의 흐름과 맥락을 보다 입체적으로 담아내야 한다는 건데요. 리얼리티의 '날 것'과 제작 윤리 사이 균형점을 찾는 일이 연애 예능의 중요한 과제로 남을 전망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