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P ‘ONE’터치] 콘텐츠 권리 관계의 법적 실사, 체인오브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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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 ‘법무법인(유한) 원’ 미디어 & 엔터테인먼트팀 변호사

▲허우샤오시엔 감독 연출, 양조위 주연의 '비정성시'(1989) 국내 개봉 당시 포스터 (사진 출처 =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KMDb)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는 1940년대 대만을 배경으로 역사의 격류에 휩쓸린 한 가족의 삶을 느릿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계속 졸면서 봐서 식구들 밥 먹는 장면과 양조위의 슬픈 눈밖에 기억나지 않지만, 좋아하는 영화 목록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다. 작년부터 <비정성시>가 영화관에서 재개봉한다는 소식에 기대하고 있다가 뜻밖에 토픽 기사란에서 이 작품을 마주치게 되었다. <비정성시>의 국내 극장상영권을 둘러싸고 다툼이 생겼다고 한다.

영상물의 제작·투자·배급 과정에서는 체인오브타이틀(Chain of Title)이라 불리는 권리관계 검토 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 용어는 19세기 미국에서 부동산 거래 시 매도인이 적법한 권리자임을 확인하고자 최초 소유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연속적인 권리(title) 양도 기록을 추적하는 절차를 사슬(chain)에 비유하며 사용된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20세기 초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거래의 대상이 되는 영화의 권리를 적법하게 확보한 상태를 체인오브타이틀이라고 불렀고, 이는 업계 표준 용어로 정착되었다.

사슬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체인오브타이틀에서 중요한 것은 권리의 “연쇄”이다. 최초의 권리자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슬이 끊겨서는 안 된다. 할리우드 자본의 국내 진입으로 한국 창작자들도 이 개념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권리의 모든 변동 이력을 증명하라는 요구에는 여전히 당혹감을 표하곤 한다. 당사자들은 “내가 적법한 권리자임을 진술 및 보장하면 되지, 누구로부터 사왔는지, 그 상대방은 또 누구로부터 사왔는지까지 확인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확인해야만 한다.

나에게 어떠한 권리를 판매하고자 하는 상대방이 최초의 창작자나 권리자가 아니라면, 그가 이전의 권리자로부터 적법하게 권리를 취득했는지를 증명하는 계약서 등 법률 문서를 확인해야 한다. 이 역추적 작업은 최초의 권리자에 이를 때까지 연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변호사 없이 직접 체인오브타이틀 검토를 해야 한다면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권리를 보유했다는 상대방 말만을 신뢰하여 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

가령 완성된 영화를 배급하는 계약을 체결할 때, 상대방이 영화의 크레딧상 단독 제작사로 명시된 자가 아니라면 누구로부터 권리를 부여받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설령 상대방이 제작사라 하더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제작비를 투자받거나 또는 최초 배급 과정에서 관련 권리를 이미 제3자에게 양도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관련 계약서를 보여달라고 요구하여 검토하는 것이 원칙이다.

극영상물을 제작하거나 투자하는 경우라면 체인오브타이틀의 사슬은 극본을 창작한 저작자로서 최초의 권리자인 작가로부터 시작한다. 만약 해당 극본이 소설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2차적저작물이라면, 사슬은 그러한 원작 작품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만약 구체적인 실화에 기반하였다면, 실화의 대상자(Life Rights)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실화 자체에 저작권의 대상이 아닐지라도, 성명권 침해나 명예훼손 등 인격권이 다투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권리사슬이 중간에 끊기는 경우이다. 중간 단계의 제작사가 폐업하거나 권리자가 연락처를 찾을 수 없는 경우, 법률문서가 없거나, 있더라도 이를 둘러싼 해석 차이나 기타 분쟁이 있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작품은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할리우드 시스템 하에서는 투자나 배급이 어렵다. 한국 영상 산업 역시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성이 강해졌다. 권리의 연속성을 증명할 수 없는 상황을 해결할 손쉬운 방책은 없다. 작품을 포기하거나 또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증명하거나, 아니면 법률분쟁의 리스크를 함께 감수할 거래 상대방을 찾는 것뿐이다. 아무쪼록 <비정성시>의 국내 극장 상영권 체인오브타이틀이 해결되어 극장에서 온전하게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도움]

‘법무법인(유한) 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팀은 영화, 방송, 공연, 매니지먼트, 웹툰, 출판, 캐릭터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자문과 소송을 수행해 왔다. 콘텐츠 산업에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최적의 법률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23년, 2024년, 2025년 ABLJ(Asia Business Law Journal)이 선정한 ‘한국 최고 로펌’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리며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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