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삼성E&A 초순수 기술 유출’ 前직원 파기환송…“산업기술보호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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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이 삼성엔지니어링(현 삼성E&A)의 반도체 초순수(超純水)시스템 설계·시공 기술을 산업기술보호법상 ‘첨단기술’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국 반도체 컨설팅 기업 이직을 앞두고 초순수시스템 관련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전 삼성엔지니어링 직원은 다시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4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A 씨는 삼성엔지니어링에 재직하던 중 중국 반도체 컨설팅 기업으로 이직하면서 회사의 설계 노하우가 담긴 초순수시스템 최적 설곗값 자동 계산 설계템플릿 파일과 제어 로직, 설비 운전조건, 인터락 정보 등이 담긴 파일 등 회사 영업비밀이 담긴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초순수는 물속 이온, 미생물 등 각종 불순물을 최대 10조 분의 1 단위까지 제거한 순수에 가까운 물로,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각종 세정작업에 사용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06년부터 매년 300억원 이상 연구개발비를 들여 초순수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A 씨는 관련 자료를 주거지로 가지고 나와 보관했고, 2019년 2월께 중국 반도체 컨설팅 기업의 초순수 담당자로 이직하기 위해 삼성엔지니어링에서 퇴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초순수시스템 발주·시공 관리 업무를 담당하다 퇴사한 B 씨 부탁을 받고 초순수시스템 운전 매뉴얼, 시공 개선 자료 등 영업비밀을 넘긴 혐의도 받았다. 영업비밀을 받은 B 씨도 함께 기소됐다.

1·2심은 업무상배임과 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초순수시스템 설계·시공 기술이 산업기술보호법상 ‘첨단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하급심은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상 중분류 ‘담수’를 해수 담수화에서 말하는 담수로 한정 해석했고, 공업용수를 정제해 초순수를 만드는 이 사건 기술은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고시상 ‘담수’의 개념이 해수 담수화에서 말하는 담수뿐 아니라 원수의 종류가 담수인 경우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라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산업발전법과 구 산업기술보호법의 각 입법 목적, ‘담수’와 ‘담수화’가 가지는 일반적인 의미와 용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의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A 씨로부터 영업비밀을 넘겨받은 B 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항소 없이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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