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산업이 '사후 보상' 중심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단순 금융상품 제공을 넘어 고객의 위험을 미리 관리하는 '리스크 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팬데믹 이후 공급망 교란, 지정학적 갈등, 인플레이션, 기후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확대되면서 보험 리스크는 개별 사건 차원을 넘어 구조적 불확실성으로 변모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 활용, 고객 중심 운영, 외부 생태계 연계 역량이 보험사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일PwC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험의 미래 2030'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4일 밝혔다. 보고서는 보험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와 전환 방향을 진단하고, 보험사의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최근의 변화가 단기 충격에 그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특히 △복합 불확실성의 상시화 △기술 혁신 △보험 접점 및 판매구조 재편 △환경·사회 리스크 심화 등이 맞물려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 재해, 사이버 공격, 건강 리스크 등 새로운 위험이 확대되면서 기존 보험 모델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보험사의 인수 판단, 수익 구조, 운영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기존 사업 모델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보고서는 보험사의 변화 모델을 4단계로 구분하고, 대응 방식이 단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단계 '점진적 변화' 모델은 외부 환경 변화에도 기존 사업을 유지하면서 기능 단위의 제한적·사후적 개선에 머무르는 형태다. 단기 안정성은 확보할 수 있으나, 복합 불확실성이 상시화되는 환경에서는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
2단계 '기술·데이터 기반 혁신' 모델은 클라우드, AI, 데이터 활용을 통해 운영 효율화와 고객 경험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단계다. 현재 다수 보험사가 채택하거나 지향하는 현실적인 전환 구간으로, 고객 데이터 기반 맞춤형 상품 설계와 리스크 관리 정교화가 핵심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기존 사업 모델의 단순 개선에 머물 경우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이 단계에서는 계약·청구 데이터뿐 아니라 플랫폼, 디바이스, 외부 서비스에서 생성되는 고객 행동 데이터까지 통합 활용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3단계 '고객 중심 모델 내재화'는 상품 설계, 서비스 제공, 리스크 관리, 조직 운영 전반을 고객 중심으로 재편하는 구조적 변화 단계다. 고객 생애주기를 기준으로 보장과 서비스를 통합 설계하고, 보험을 하나의 연속된 경험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고객과의 관계도 계약 단위를 넘어 장기적·통합적 관리 구조로 확장된다.
마지막 단계인 '보험 가치 재정의' 모델은 보험의 역할을 사고 이후 보상에서 사전 예방과 리스크 완화 지원으로 확장하는 방향이다. 보고서는 장기적으로 보험이 독립 상품을 넘어 다양한 산업·서비스 맥락에 결합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비금융 서비스에 보험이 자연스럽게 결합되는 '임베디드 보험(Embedded Insurance)' 형태가 금융,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외부 파트너와의 연계를 기반으로 생태계 차원의 위험관리 체계와 긴밀히 연결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보험사의 전략적 대응 방향으로 △고객 중심 운영체계 전환 △데이터·AI 기반 핵심 기능 강화 △외부 생태계 연계 확대 △리스크 감지·관리 체계 정교화 △조직과 기술 기반 재편 △경영진 주도의 일관된 투자와 실행력 확보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전략 과제가 향후 보험사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경쟁의 기준이 상품·가격 중심에서 데이터 해석 역량, 고객 이해 및 개인화, 생태계 연계 능력, 예방 중심 서비스 설계 역량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많은 보험사가 여전히 기술·데이터 기반 효율화 단계에 머물러 있어 구조적 전환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진봉재 삼일PwC 보험산업 리더(부대표)는 "보험산업은 단순한 디지털화를 넘어 고객 접점, 리스크 관리, 상품 구조 전반을 재구성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데이터와 AI 기반 고객 중심 토탈 운영체계를 고도화하고 경영진의 지속적인 투자와 실행력이 미래 보험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