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집으로 주소만 옮겼다”⋯정부, 위장전입·가짜 청약 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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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지역 분양 단지 43곳·2.5만가구 대상

▲부정청약 주요 사례 (사진제공=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가 부양가족 실거주 여부까지 들여다보는 전방위 부정청약 단속에 나선다. 최근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는 79점 고가점자와 84점 만점 당첨자까지 잇따라 등장하면서 위장 전입과 서류 조작 등 편법 청약 차단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국토부와 국무조정실 부동산 감독 추진단은 최근 현실과 동떨어진 청약가점 당첨 사례가 속출함에 따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부정청약 당첨자 집중 조사에 착수한다고 11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7월 이후 분양한 서울 등 규제지역 모든 분양 단지와 기타 인기 분양 단지 등 총 43개 단지, 약 2만5000가구다. 정부는 △위장 전입 △위장 결혼·위장 이혼 △통장·자격 매매 △문서 위조 등 청약 자격과 조건을 조작한 사례 전반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청약가점 만점 통장 당첨자를 중심으로 부모와 자녀의 실제 거주 여부를 들여다본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32점, 부양가족 수 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7점 등 총 84점 만점 구조다.

정부는 부양가족 수를 높이기 위한 편법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성인 자녀의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를 제출받아 직장 소재지를 확인하고 부모의 최근 3년간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을 통해 실제 생활권을 검증한다. 부양가족의 전·월세 계약 내역과 주택 소유 여부도 함께 확인할 예정이다.

정부 조사에서는 위장 전입을 통해 부양가족 수를 늘린 사례도 적발됐다. 서울 거주 A 씨는 실제로는 부인·자녀와 함께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도 부인을 위층 장인·장모 집으로 위장 전입시킨 뒤 장인·장모를 부양가족에 포함해 서울 분양 단지 일반공급에 당첨된 것으로 조사됐다. 주민등록상으로는 2019년부터 세대를 분리해 거주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 청약 시장에서는 사실상 ‘만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내집마련 연구소 홈두부가 올해 1~4월 청약홈에 공고된 서울 주요 단지 당첨 가점을 분석한 결과 서초구 ‘오티에르 반포’와 영등포구 ‘더샵 신길센트럴시티’ 등에서 79점 당첨자가 잇따라 등장했다. ‘아크로 드 서초’에서는 84점 만점 당첨자도 확인됐다.

현재 청약 제도상 69점은 부양가족 3명을 둔 4인 가구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 점수를 모두 채웠을 때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다. 하지만 최근 서울 인기 단지에서는 이 점수조차 최저 커트라인 수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실제 ‘이촌 르엘’은 대부분 타입의 당첨 커트라인이 69점 안팎에서 형성됐고 ‘오티에르 반포’와 ‘아크로 드 서초’는 70점대 중후반이 주류를 이뤘다. 일부 타입은 79점 이상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부양가족 5명 이상이어야 가능한 수준이다.

소형 평형에서도 고가점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아크로 드 서초’ 전용면적 59㎡ C타입은 평균 가점이 74점대 중반까지 올랐고 ‘오티에르 반포’ 전용 44㎡ 평균 가점은 74.8점으로 전용 84㎡ 평균 가점(70.67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정부는 이 같은 고가점 경쟁 과정에서 위장 전입과 서류 조작 등 편법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제도 개선도 병행 추진한다. 국토부는 성인 자녀를 활용한 단기 위장 전입을 막기 위해 현재 1년인 성인 자녀의 주민등록 등재 요건을 3년으로 강화하고 성인 자녀의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주택공급규칙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수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이번 전수조사부터 현장 점검 인력을 기존 8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단지별 점검 기간도 확대해 조사 강도를 높일 예정”이라며 “부정청약이 확인되면 형사처벌과 계약 취소, 계약금 몰수, 10년간 청약 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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