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나라 곳간 채운다…청와대, 확장재정 시그널 [반도체가 바꾼 韓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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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수출 859억弗·반도체 173% 급증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245조 시대 진입
김용범 "26~27년 역대급 초과세수" 시사
GDP 중심 재정 체계, 산업 변화 못 따라가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반도체’가 국가산업 경쟁력을 넘어 재정 운용의 틀까지 변화시킬 조짐이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 국면)이 수출 실적과 기업 이익은 물론 코스피까지 밀어올려 법인세 등 각종 세수에 옮겨붙으면서 청와대는 이를 단기 현상이 아닌 구조적 재편으로 보고 확장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신호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10일 정치권과 정부 부처에 따르면 하반기 발표될 2026년 수정 경제전망이 확장재정의 첫 번째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정 전망 수준에 따라 2027년 세입 추계(예상 세수 규모)와 예산 총량 방향이 갈리기 때문이다.

적극 재정 신호는 여러 방향에서 읽힌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8일 페이스북에 올린 '코스피 7500, 그리고 1만의 문턱 앞에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2026년과 2027년 세수는 역사적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며 "재정 역시 과거 평균값에 묶인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넓은 시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법인세뿐 아니라 고소득 반도체 인력의 소득세, 무역흑자 확대에 따른 연쇄 효과까지 감안하면 역대급 초과세수가 쌓일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나라살림연구소가 국제통화기금(IMF) 재정모니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순부채비율 전망치(10.3%)가 주요 20개국(G20) 평균 전망치(89.6%)보다 크게 낮았다는 내용을 다룬 기사를 링크하고 "시도 때도 없이 긴축 노래 부르는 이상한 분들에게"라고 적었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한국 순부채비율 10%는 착시'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한국의 재정 여력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 평가가 배제된 보도"라며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반도체에 힘입은 성장 흐름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4월 수출은 858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8% 증가하며 두 달 연속 800억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 수출은 173.5% 급증한 319억달러로 13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4월 무역수지는 237억7000만달러 흑자로 15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기업 이익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은 2023년 122조 원에서 2024년 197조 원, 2025년 245조 원으로 2년 만에 두 배가 됐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도 1.7%로 한국은행 전망치(0.9%)의 두 배에 달하며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 실장의 문제의식도 여기서 출발한다. 그는 "지금의 국내총생산(GDP) 프레임워크 자체가 20세기 제조업 경제를 기준으로 설계된 측정 체계라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명목 영업이익이 역사적 규모인데도 실질 GDP에는 평범하게 잡히는 괴리가 발생하고 이는 곧 세입 추계의 정확도 문제로 직결된다는 진단이다.

GDP에 기반한 세입 추계가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면 세수 예측이 빗나갈 수밖에 없다. 실제 윤석열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2023년 56조4000억 원, 2024년 30조8000억 원의 세수 결손이 잇따라 발생하는 등 후행 대응의 실패 사례도 있다. 김 실장은 "호황 다음엔 세수 부족이, 불황 다음엔 초과 세수가 나타났다"며 "세입과 예산이 실제 산업 사이클보다 한 박자 늦게 움직이는 구조"라고 했다. 그는 "이번 사이클 규모는 그때보다 훨씬 클 수 있고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 오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반도체 중심 구조 변화에 재정도 과거 평균값에 묶인 사고에서 벗어나 더 유연하고 넓은 시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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