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 ‘정체 상태’…“청년들만 더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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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상승에도 대규모 해고 없는 모순
관세·이란전·AI 확산에 기업 채용 관망
청년층, 일자리 찾기 한층 힘들어져

▲미국 실업률. 4월 4.3%.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노동시장이 해고와 채용이 동시에 둔화하는 이례적인 ‘정체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런 이례적인 상황에서 기존 직장을 가진 근로자들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청년층과 구직자들은 일자리 문이 좁아지면서 체감 고용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고용 통계에서 실업률은 4.3%로 전월과 같았다. 이는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3년 전 기록했던 수십 년 만의 최저치인 3.4%보다는 뚜렷이 높아진 상태다.

그러나 실업률이 상승세로 돌아선 뒤 경기침체 없이 장기간 유지되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런스 카츠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업률이 3년 동안 천천히 상승만 하고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는 이전에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기술업계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메타 등 주요 기업들이 감원을 단행했고 재취업 지원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기술업계 감원 발표는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 전체로 보면 해고 규모는 오히려 안정적이라고 WSJ는 짚었다. 노동부의 월간 해고 통계와 대규모 감원 사전 통지 자료 모두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업수당 신규 청구 건수도 이례적으로 낮다. 노동부는 2일 기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0만 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노동시장이 강했던 2019년 평균치인 약 21만8000건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대신 미국 기업들은 채용 자체를 크게 줄였다.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이란 전쟁에 따른 경제 충격 우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인적 구조 변화 고민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결국 현재 미국 노동시장은 해고도 적고 채용도 적은 상태가 됐다. 전체 고용 대비 입사와 퇴사를 합친 노동 이동률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보다 크게 낮아졌다.

WSJ는 “이 같은 환경은 기존 직장을 유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안정적일 수 있지만,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청년층에는 부담이 크다”며 “특히 대학 졸업생과 이직 희망자들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짚었다. 그만큼 미국 청년들이 고용시장에서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만큼 실제 수치와 달리 체감 고용 상황은 악화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향후 1년 안에 실업률이 더 오를 가능성을 평균 44%로 예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인구 구조 변화도 노동시장 흐름을 바꾸고 있다고 봤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이민 규제가 강화되면서 노동 공급 자체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미국의 25~64세 핵심 노동연령 인구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수년간 증가세도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매달 대규모 신규 일자리가 생기지 않아도 실업률이 급등하지 않는 구조로 미국 경제가 변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월별 고용 감소가 나타나더라도 그것만으로 노동시장 악화를 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별 격차도 커졌다. 2023년 말 이후 미국 의료·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약 180만 개의 민간 일자리가 새로 생겼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민간 부문 일자리는 오히려 12만7800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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