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시장의 ‘대장주’ 자리는 독이 든 성배인가. 알테오젠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소식은 단순한 종목 이동 이상의 의미다. 에코프로비엠에 이어 바이오 기둥까지 짐을 싸기로 하면서 코스닥은 우량주 엑소더스의 한복판에 섰다. 혁신 요람을 자처해온 시장이 중견기업들의 ‘정거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장의 숫자는 더욱 냉혹하다. 5월 현재 코스피가 기업 가치 제고 정책 등의 결실로 사상 첫 7000선을 돌파하는 동안 코스닥은 1200선 문턱에서 고전 중이다. 코스피가 1년 새 2배 이상 폭등하며 글로벌 지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이, 코스닥 상승 폭은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 대형주들이 잇따라 이탈하며 코스닥지수가 시장 체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지수 왜곡’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대어들이 떠난 자리를 투기성 테마주가 채우며 변동성만 키우는 악순환이다.
기업들이 시장을 옮기는 명분은 명확하다. 지수 추종 자금의 유입과 수급 안정성이다.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되는 순간, 글로벌 기관투자자 자금이 기계적으로 유입되며 주가 하방 경직성을 확보할 수 있다. 알테오젠처럼 조 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기업 입장에선 개인 비중이 80%에 달하는 코스닥보다 기관·외국인이 받쳐주는 코스피가 주가 관리와 자금 조달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공매도 전산화 이후에도 코스닥 대형주를 향한 공매도 포화를 피하려는 수급적 도피 성격도 짙다.
정부의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제도가 무색해졌다는 지점도 뼈아프다. 우량 기업을 모아 코스피 수준의 프리미엄을 주겠다던 취지와 달리, 시장은 ‘코스닥 1부 리그’라는 이름표보다 코스피 종목이라는 타이틀을 훨씬 신뢰한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기업들의 기업 가치 평가는 이전 후 6개월 내 평균 20%가량 상승했다. 기업 입장에선 ‘판’을 바꾸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전략인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엑소더스가 코스닥 시장의 ‘공동화’를 가속한다는 점이다. 유망 벤처가 성장해 코스피로 떠나버리는 구조가 굳어지면, 코스닥에는 적자 기업이나 상장 폐지 위기에 몰린 한계기업들만 남게 된다. 이는 결국 코스닥 전체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지고, 개인 투자자들이 부실기업 리스크를 짊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혁신의 요람’이 자칫 ‘부실의 수용소’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나스닥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공룡들이 시장을 지키며 뉴욕증권거래소와 대등하게 경쟁한다. 반면 한국은 코스닥을 코스피의 ‘하위 리그’로 취급하는 제도적·심리적 칸막이가 견고하다. 코스닥 상장사들 사이에서는 “코스닥에 남았을 때 누릴 수 있는 인센티브가 이전 상장으로 얻는 실익보다 적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자본시장 선순환을 위해서는 코스닥의 정체성 재정립이 시급하다. 단순히 상장 문턱이 낮은 시장이 아니라,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받는 독립적 생태계로 거듭나야 한다. 이전 상장을 고민하는 기업들에 읍소할 게 아니라, 코스닥에 머무는 것이 주주 가치 제고에 유리하다는 것을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알테오젠의 퇴장은 코스닥에 던지는 마지막 경고장이다. 잡초를 솎아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거목(巨木)이 뿌리 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일이다. 거물들이 떠난 빈자리에 남겨진 개미들의 박탈감을 정책 당국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코스피 7000선이라는 화려한 불꽃놀이 이면에 드리워진 코스닥의 그늘을 걷어내지 못한다면, 한국 증시의 절반은 반쪽짜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