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조 기업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아틀라스를 앞세워 자동차 공장 투입을 구체화한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주주에 오른 데 이어 미래로봇추진단 인력을 대거 확충하며 ‘삼성판 제조 로봇’ 상용화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래로봇추진단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확보를 통해 최대주주 지위를 굳힌 뒤 신설한 로봇 사업의 ‘컨트롤타워’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력 보강이 단순 연구 단계를 넘어, 삼성의 제조 라인에 실제 투입할 수 있는 ‘완성형 제조 로봇’ 개발 작업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지난 1년간 기술 진보를 통해 선도사를 따라잡을 기반을 마련했다”며 “우선 제조형 로봇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홈·리테일 분야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삼성이 그리고 있는 로봇의 첫 번째 목적지가 일반 가정이 아니라 반도체·디스플레이·가전 생산라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로봇 전략 핵심이 ‘가정용 비서 로봇’보다 제조 현장에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산업형 휴머노이드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자체 보유한 △AI 반도체 및 센서 설계 역량 △비전 AI 기술 △정밀 제조 자동화 시스템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족보행·협동로봇·이동형 플랫폼 기술이 결합되면 제조형 휴머노이드 경쟁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개발하려는 휴머노이드가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로봇보다 24시간 멈추지 않고 초정밀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산업형 로봇’에 가까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웨이퍼 이송이나 부품 조립처럼 오차를 최소화해야 하는 제조 현장 특성상, 삼성의 제조 자동화 데이터 자체가 향후 로봇 AI 학습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공정은 초정밀 반복 작업과 비전 AI, 자동화 기술이 동시에 필요한 산업이다. 결국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운영 경험 자체가 향후 휴머노이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자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더불어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 공장을 중심으로 아틀라스를 부품 운반과 조립 보조 등에 투입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 거친 산업 환경을 겨냥한 현대차의 로봇과 정밀 반도체·가전 생산라인을 겨냥한 삼성의 로봇이 서로 다른 ‘전공’을 바탕으로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관건은 이제 “아틀라스처럼 걷느냐”가 아니라 “실제 삼성과 현대차 공장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다. 제조 현장에서는 단 한 번의 오작동도 대규모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조 로봇 전쟁의 승부는 화려한 외형보다 △작업 정확도 △내구성 △안전성 △도입 비용 △양산 능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제조업계 전반에 인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삼성이 선보일 ‘공장형 휴머노이드’가 제조업 생산성 경쟁의 새로운 변수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