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창 1만 가구 물량 공방 계속

정부의 1·29 주택 공급대책이 발표된 지 석 달여가 흐른 시점에 용산 권역 개발 사업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캠프킴 부지는 여당 주도의 입법으로 개발에 속도가 붙은 반면 핵심지인 용산 국제업무지구(정비창)는 공급 물량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이견에 지방선거 국면까지 겹치며 시계 제로 상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용산구 캠프킴 부지 개발을 뒷받침하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반환 완료된 용지부터 부분적인 조성 계획 수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녹지 확보 기준을 완화하는 특례를 담았다. 이를 통해 캠프킴 부지에는 당초 계획보다 늘어난 2500가구 공급이 확정될 전망이다.
앞서 정부가 캠프킴 부지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인 '국가 정책사업'으로 결정한 데 이어 입법 절차까지 마무리를 앞두면서 행정·입법적 걸림돌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국토교통부는 사업 기간을 1년 이상 단축해 2027년 착공에 들어가는 등 공급 속도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캠프킴 부지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용산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캠프킴은 한강과 용산공원에 인접한 역세권 입지"라면서 "한강 변의 희소성 있는 공급이라는 점에서 분양가가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예정된 일정을 차질 없이 이행하는 것이 관건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대책의 핵심인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정부는 용적률 상향을 전제로 최대 1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생활 인프라 및 교통 수용력을 고려해 8000가구 상한선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곳을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 중심의 복합개발을 추진 중인데, 주거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업무지구 본연의 기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공급 규모를 둘러싼 이견은 내달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셈법과 맞물리며 더욱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여야 서울시장 후보 간의 입장 차가 뚜렷해 주택 물량 확정과 이에 따른 도시개발계획 변경은 선거 이후에나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월 서울시 출입 기자단과 진행한 프레스데이에서 "(주택이) 8000가구인지 1만 가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1만 가구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정부와 협상해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주택 공급을 1만 가구로 확대할 경우 "주거 기능을 과도하게 늘리면 사업 구조와 방향이 바뀔 수밖에 없다"며 "이미 진행 중인 절차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용산 국제업무지구의 사업 지연이 단순한 숫자 싸움에 매달리다 정착 필요한 '개발의 질'과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고 우려한다. 본지 자문위원인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현재의 논쟁은 몇 가구를 짓느냐는 수치에만 매몰되어 있는데, 핵심은 서울의 선호 지역에 거주하고자 하는 젊은 층과 도시 활력을 높일 계층의 수요를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에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서울 전체의 정비 사업 그림 속에서 주거와 업무가 조화를 이루는 협의가 신속히 이뤄져야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