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D 첫 승인에 기대감 확대”…K-바이오, 차세대 플랫폼 선점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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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테라퓨틱 등 다수 기업 도전…아직 초기 단계 머물러

단백질 분해 유도(TPD) 기반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문턱을 넘으면서 차세대 신약개발 플랫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초기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던 TPD 기술이 실제 치료 옵션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대응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이자와 아비나스는 이달 1일(현지시간)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표적하는 경구용 PROTAC 치료제 ‘베파누(vepdegestrant)’가 유방암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기존 저해제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질병 원인 단백질 자체를 제거하는 방식이 임상적 유효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TPD는 특정 단백질에 결합하는 리간드와 E3 리가아제를 연결해 표적 단백질을 세포 내에서 분해하는 기술이다. 대표 기술인 PROTAC은 질병 원인 단백질에 유비퀴틴을 부착해 세포 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인 프로테아좀이 이를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이중 기능성 분자다. 기존 치료제와 달리 단백질 자체를 제거하는 만큼 약효 지속성과 내성 극복 가능성 측면에서 주목받아 왔다.

양사는 허가를 받았지만 직접 판매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2021년 공동 상업화를 전제로 6억5000만달러(9500억원) 규모의 선급금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후 혼재된 임상 결과가 발표된 뒤인 작년 9월 제3의 파트너사를 찾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아비나스는 상업화 조직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현재 새로운 파트너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TPD를 둘러싼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오름테라퓨틱은 TPD 기술에 항체를 결합한 ‘DAC(항체분해약물접합체)’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 후보물질 ‘ORM-1153’은 오름의 TPD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DAC 후보물질이다. GSPT1 분해제를 페이로드로 탑재하고 이를 CD123 항체를 통해 선택적으로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자체 TPD 플랫폼을 기반으로 혈액암과 고형암을 겨냥한 다수 PROTAC 계열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일부 파이프라인은 미국과 국내에서 임상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UBX-303-1’로 BTK 단백질을 타깃해 혈액암 대상 3차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핀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1월 CK1α 선택적 분해제 ‘PIN-5018’의 임상 1상에서 첫 환자 투여를 시작했다. 첫 투여 대상은 희귀암인 선양낭성암(ACC) 환자다. 회사는 현재 단독 요법뿐 아니라 다양한 병용 전략도 병행 개발하고 있다.

전통 제약사들도 TPD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한양행은 TPD를 차세대 신약개발 축으로 삼고 ‘YHC2158’, ‘YHC1156’ 등의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동아ST, 일동제약, 대웅제약 등도 자체 개발 및 공동 연구를 통해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TPD 시장 규모는 2030년 33억달러(약 4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TPD는 잠재적 가치가 높은 유망 기술로 평가받고 있어 이번 FDA 승인을 계기로 관련 시장 성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국내 기업 상당수가 아직 초기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어 가시적 성과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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