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은 넘치는데 살 매물이 없다…PEF 업계, 딜 가뭄에 '아우성'

기사 듣기
00:00 / 00:00

▲여의도 증권가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에 '풍요 속의 빈곤' 현상이 나타난다. 조달한 자금은 쌓여가고 있지만, 정작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운용사(GP)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 신한자산운용의 국민성장펀드 1차 위탁운용사(GP) 선정을 위한 서류 접수가 지난달 29일 마감됐다. 이번 출자 사업을 계기로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시작하는 사모펀드운용사(PE)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원익투자파트너스 PE본부와 H&Q코리아, 케이스톤파트너스 등 중견 PEF 운용사들이 잇따라 대규모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클로징하거나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자금이 PE 업계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장의 목소리는 낙관적이지 않다. 자금은 몰리는데 정작 투자할 만한 매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지배적이다. 한 PE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 여파로 조달 비용은 높아졌는데, 기업가치(밸류에이션)에 대한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눈높이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실탄은 넉넉하지만 섣불리 쏠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PE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분야는 인공지능(AI) 밸류체인이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부터 AI 솔루션 기업, 전력 인프라 기업까지 전방위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체급이다. 대부분의 유망 AI 기업들은 아직 매출이나 현금흐름이 불투명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벤처캐피탈(VC)의 투자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수천억원 단위의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이나 그로쓰(성장 자본) 투자를 지향하는 PE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에 담기에 덩치가 너무 작거나,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다.

과거 시장을 주도했던 플랫폼 및 성장 기술 기업에 대한 시선은 더욱 싸늘하다. 수년 전 고점에서 플랫폼 기업에 투자했던 PE들이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거나 원금 회수조차 불투명해지면서 일종의 트라우마가 형성된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E들의 시선은 다시 전통적인 현금 창출원인 F&B 업종으로 향한다. 현재 시장에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부터 치킨, 버거 브랜드 등 다수의 F&B 기업들이 매물로 나왔다. IB 업계 관계자는 "딜 검토는 많이 했지만,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오히려 F&B에 눈길이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넘쳐나는 자금을 적기에 집행해야 하는 GP들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올해 하반기 PE 시장은 유망 매물을 선점하기 위한 옥석 가리기와 출혈 경쟁이 동시에 펼쳐지는 기형적인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 PE 대표는 "딜 규모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PE들이 노리는 섹터는 정해져 있을 것"이라며 "딜 경쟁이 치열할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특히, 드라이파우더(미소진 펀드 자금)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딜 가뭄이 이어지면서 중소형 매물 중심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투자 대기자금이 쌓여있는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운용사들이 신중한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당분간 미드마켓 중심의 투자 흐름이 이어지고 리스크 관리와 중소형 매물의 옥석 가리기가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