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지급은 기업가의 배려일 뿐
투자 통한 성장이 더큰 연봉 돌려줘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이달 23일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기본 연봉의 50%인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는 투쟁 결의 대회를 열었다. 금년에 300조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가운데 45조원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셈이다. 노조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5월 21일 총파업을 단행할 계획이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과 기업 경쟁력 및 대외 신인도 등에 미칠 영향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업 활동의 결과로 얻는 총수입은 노동자(경영자 포함)에게 지급하는 임금, 자본가에게 지급하는 이자, 토지(건물과 원자재 포함) 소유자에게 지급하는 임차료(지대) 등의 비용과 불확실성을 떠맡는 기업가에게 지급하는 이윤으로 처분된다. 이는 물론 특정 사람이 아니라 각자가 수행하는 기능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대규모 기업집단 총수가 흔히 자본가, 기업가, 경영자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듯이, 한 개인이 복수의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
근로자와 토지 임대자는 사전(事前) 계약에 따라 기업의 성과와 상관없이 각각 임금과 지대를 받는다. 자본가는 노동자와 토지 소유자가 당장 필요로 하는 의식주와 여가 등을 위한 (현재의) 자원을 제공하고, 그들이 가진 노동과 토지 서비스를 사서 자본재를 만들어 생산에 투입, 나중에 완성되는 (미래의) 자원인 제품을 통해 사전 계약에 따른 이자를 받는다. 물론 기업이 도산하면 지급 불능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자본가를 두 종류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채권자는 사전에 계약한 이자율로 자본을 제공하고 불확실성에 따른 프리미엄이 전혀 없는 순수 이자를 받는다. 둘째, 주식회사의 주주와 같은 자본가는 기본적으로 그런 프리미엄이 없는 순수 이자를 받지만 프리미엄이 포함된 이윤의 일부를 배당으로 받는다. 따라서 주주 자본가의 소득은 이자와 이윤이 합해진 것이다.
기업가는 미래의 불확실성(uncertainty)을 떠맡으며 기업 활동을 총지휘한다. 미래의 모든 것이 확실하다면 기업가가 할 일은 없다. 이윤이나 손실도 없다. 중요한 사실은 기업가가 활동하는 불확실한 세계에는, 특정 시행을 반복하여 경험적(통계적) 확률을 얻을 수 있는 위험(risk)의 세계와는 달리, 그런 확률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가의 선택과 행동은 하나하나가 모두 고유하여, 이들을 특정 범주로 묶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윤은 바로 그런 불확실한 세계에서 기업가가 자신이 생각하는 주관적 확률을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성공적으로 떠맡은 데 대한 시장의 보상이며, 손실은 실패한 데 대한 시장의 처벌이다. 그러므로 이윤이나 손실은 사전에 그 크기가 정해질 수 없고 사후적으로 정해진다.
이제 총수입에서 임금과 지대와 채권자에게 지급되는 이자를 제외하고 나면, 주주 자본가의 이자 및 이윤과 기업가의 이윤이 남는다. 따라서 이들 외에는 아무도 이윤에 대한 청구권을 가질 수 없다. 즉 노동자와 토지 소유자 및 채권자에게는 이윤에 대한 청구권이 없다. 주주 자본가 역시 그가 당면하는 불확실성의 처리를 기업 활동을 총지휘하는 기업가에게 일임한 사람이므로 이윤에 대한 청구권이 기업가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지금 삼성전자 노조원들이 이윤의 일부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는, 그 규모와 상관없이, 원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노동자에게 이윤의 일부를 성과급 명목으로 지급하는 것은 기업가의 배려이며 노동자의 근로 의욕을 북돋우기 위한 것이다.
다만 관행적으로 노동자의 총 연봉이 기본 연봉에 성과급의 일부가 더해지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면, 차제에 위에서 기술한 개념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보수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노동자가 기본 연봉과 그것의 50%에 근접하는 성과급을 더한 금액을 총 연봉으로 생각할 경우, 극단적으로 성과급이 0%일 경우에는 총 연봉이 기본 연봉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성과급이 사업의 부침에 따른 위험을 노동자와 기업가가 나누는 방편일 수 있다. 그러나 이윤을 얻을 경우에는 노동자에게 많든 적든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지만, 손실을 볼 경우에 노동자의 기본 연봉을 삭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성과급을 이런 용도로 항구적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의 영업 이익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당분간 막대한 금액일 수도 있다. 그러나 햇살이 눈부신 날이 있는가 하면 비오는 날도 있다. 사내에 유보되는 이윤은 대부분 다시 투자된다. 투자 확대를 통한 기업의 성장만이 노동자의 직장과 더 많은 연봉을 보장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