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8일 총파업 예고…HBM·파운드리 공급 차질 우려 확산
주주단체까지 맞불 집회…노사 갈등, 경영 리스크로 번져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총파업 움직임이 실제 생산 차질 우려를 키우고 있다. 노조 대규모 결의대회가 열린 당일 밤 주요 반도체 생산 지표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과 실적 변수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노조가 대규모 결의대회를 연 23일 야간 생산 실적이 평시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GY(22시~익일 오전 6시) 기준 파운드리 생산 무빙 감소율은 58.1%에 달했고 메모리 생산 무빙도 18.4% 줄었다. 노조는 이날 오후 1시부터 3시 30분까지 약 4만 명이 참석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단 2시간 30분 집회 영향만으로도 셧다운 수준에 근접한 야간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치를 사실상 총파업 전 ‘예고편’ 성격으로 보고 있다. 실제 장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 차질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노조는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 계획을 밝혔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임금체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시점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와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고객사 공급망 유지와 HBM4 양산 일정이 걸린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길어질 경우 고객사 신뢰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은 이미 대만 TSMC와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고객 주문 일정에 맞춰 생산해야 하는 구조라 단기간 가동 차질도 부담이 크다”며 “수율 안정화가 중요한 시점에서 노사 갈등이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증권가도 공급 충격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다음 달 예정된 18일간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D램 글로벌 공급은 3~4%, 낸드는 2~3%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D램 36%, 낸드 32% 수준이다. KB증권은 “타이트한 메모리 수급 환경에서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파업 이후 생산 정상화에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반도체 생산라인 특성상 자동화 설비 재가동과 수율 안정화까지 추가로 2~3주가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순 생산 중단을 넘어 후속 공급 일정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노사 갈등은 여론전 양상으로도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다음 달 21일 서울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총파업 집회를 예고하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도 같은 날 맞불 집회를 신고했다. 해당 단체는 노조 요구와 파업 움직임이 기업 및 주주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주운동본부는 “반도체 공장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주주들이지, 직원들이 아니다”라며 “반도체 호황 사이클에서 공장을 멈추면 주주들의 재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더 길어지면 단순 임금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자들이 공급 안정성을 의심하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며 “결국 삼성이 잃는 것은 생산량보다 신뢰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