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사각지대 해소 위해 임대료 낮추고 식사·케어 결합
용적률·이자지원 등 파격 지원…2045년까지 3만 가구로 확대

서울시가 초고령사회 진입에 발맞춰 어르신들의 주거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택 공급 완결판' 대책을 내놨다. 고가의 실버타운과 공공임대로 양분된 시장 구조를 깨고 중산층 어르신들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서울형 시니어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7일 오전 강북구의 노인복지주택 '노블레스타워'를 방문해 이번 계획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어르신 10분 중 9분이 살던 곳에서 품위 있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계시지만, 현실은 그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우리 어르신들은 집 안에 고립된 채로 버티시다가 결국에는 요양원으로 가시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 사각지대 공백을 메우는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오늘 발표하는 계획은 부모님을 모시는 자식의 마음으로 공들여 빚어낸 서울시의 약속"이라며 "행정은 도시계획 인센티브로 길을 열고 기업은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관 협력 시니어 주거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두려움이 아닌 기대가 되는 도시, 노후가 삶의 끝이 아닌 '품위의 완성'이 되는 '삶의 질 특별시' 서울을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는 당초 '2040년까지 8000가구 공급'이었던 목표를 '2035년까지 1만 2000가구 공급'으로 앞당기고 물량을 1.5배 늘렸다. 나아가 2045년까지 총 3만 가구 확보를 중장기 목표로 설정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식사, 돌봄, 커뮤니티가 결합한 '생활형 주거인프라'의 구축이다. 서울형 시니어주택은 하루 1끼(월 30식) 식사 제공, 청소·세탁 등 생활지원, 정기 안부 확인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비상시 의료기관과의 연계 체계를 가동해 신속한 응급 처치를 지원한다.
이날 오 시장이 방문한 노인복지주택 노블레스타워에도 지하층에는 피트니스 센터를 비롯해 찜질방, 사우나, 당구장, 도서관 등 어르신들의 활기찬 노후를 돕는 다양한 여가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노블레스타워 관계자는 "직원들이 어르신들을 친절하게 모시는 것은 물론 이 정도 가격대에 이만큼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 드물어 입주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시니어주택의 공급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노인복지주택'은 보증금 4억~6억원에 월 이용료 200만~400만원 수준으로 식사와 의료 등 모든 서비스가 포함된 '풀 서비스형'이다. '어르신 안심주택'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보증금과 이용료를 낮추고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실속형 모델이다. 시는 입주하는 무주택 어르신에게 보증금 최대 6000만원까지 무이자 지원을 시행해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출 예정이다.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도입된다. 시는 토지 매입비 최대 100억원 융자(매입가의 20% 이내)와 연 4%포인트(최대 240억원)의 건설자금 이자 지원을 실시한다. 또 주변 시세의 95%까지 시장 임대료를 인정해 사업자의 재무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도시계획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역세권 내 노인복지주택 건립 시 용적률을 30% 이상 도입하면 공공기여를 최대 20%까지 완화해준다. 도심정비형 재개발 시에는 최대 200%의 용적률 인센티브와 30m 높이 규제 완화를 적용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폐교 및 통폐합 학교 부지를 시니어주택으로 건설할 경우 건폐율과 용적률을 완화하는 조례 개정도 추진 중이다.
현재 거주 중인 주택에서 안전한 노후를 맞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지원도 병행한다. 시는 2035년까지 어르신 주택 1만 가구에 대해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집수리를 지원해 낙상 사고 등을 예방할 계획이다.

현장 발표 직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오 시장은 이번 대책이 서울시 주거 공급의 '마지막 퍼즐'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예비후보 등록 전 마지막 일정으로 이곳을 찾은 것에 대해 "업무 정지 직전 어르신 주거 정책의 완결판을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득이 한정된 어르신들에게 월 이용료가 부담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오 시장은 "시장 경제 질서를 완전히 무시하고 무작정 저가 공급을 약속드리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계획"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신 서울시가 보유한 부지를 제공하고 융자 지원과 이자 보전 등 공공의 모든 행정·금융 지원을 쏟아부어 민간 참여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공공이 사업 문턱을 낮춰주는 만큼 민간에서도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합리적인 가격을 도출하게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공급 물량의 실효성을 묻는 질문에는 일본 도쿄의 선례를 들어 반박했다. 오 시장은 "도쿄는 이미 주거형과 요양형을 합쳐 20만 가구 가까운 시니어주택이 공급되어 있다"며 "우리와 가족 관습이 유사한 도쿄 사례에 비춰볼 때 향후 10년 뒤 서울의 수요를 고려하면 3만 가구라는 목표치는 오히려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기 중 1만 5000가구 이상을 우선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해 초고령사회의 주거 공백을 메우는 데 가열차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