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LNG 수출 역대 최대
60척 넘는 유조선 미국으로 향해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특히 미국은 공급 공백을 메우는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며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은 지난주 하루 약 129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역시 급증하며 지난달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요 확대 흐름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최근 기준으로 60척이 넘는 초대형 유조선이 미국 멕시코만 연안으로 향하고 있으며, 이는 전쟁 이전 대비 약 3배 수준이다. 향후 몇 달간 미국의 에너지 수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시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흐름을 ‘에너지 지배력(Energy Dominance)’ 전략의 성과로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주간 기준으로 원유 순수출국에 근접했으며, 천연가스는 이미 2017년 이후 순수출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발 공급 차질이 미국 에너지 수요를 자극하는 핵심 요인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이동하지 못하면서 글로벌 공급의 약 10%가 묶인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항공유와 난방·조리용 연료 등 대체 공급원으로 부상했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일본 등은 원유 수입의 약 95%를 중동에 의존해왔으나, 이번 전쟁을 계기로 미국산 에너지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아시아 대상 원유·LNG 수출은 3~4월 기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에너지 포럼에서는 미국 기업과 아시아 투자자 간 약 560억달러(약 83조원) 규모의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더그 버검 미 내무장관은 “동맹국들이 적대국이 아닌 미국에서 에너지를 조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역시 미국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현재 LNG 수입의 약 60%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동 전쟁으로 항공유 공급까지 차질을 빚자 미국산 제품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 호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아시아의 정유 시설은 중동산 중질유에 맞춰 설계돼 있어 미국산 경질유를 처리하기 어렵고 설비 개조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 내부에서도 수출 확대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의 주요 수출 터미널은 이미 처리 능력 한계에 근접했으며 신규 LNG 시설 역시 완전 가동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치적 변수도 부담이다. 유럽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공급을 외교·통상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EU와의 무역 협상에서 LNG 수출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했다.
중동 정세가 안정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고 중동산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 운송 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산 에너지의 경쟁력은 다시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WSJ는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