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도 하향…차환·부도 리스크 부각

제이알글로벌리츠가 해외 자산가치 하락으로 현금이 묶이는 ‘캐시트랩(Cash Trap)’ 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차입금 단기 차환 일정이 몰리며 유동성 위기감이 빠르게 고조되는 분위기다. 단순한 자산 가치 하락을 넘어, 실제 현금 흐름이 막힌 상황에서 대규모 만기 대응까지 겹치며 신용 리스크로 번지는 양상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최근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자산의 감정가 하락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이 61.02%까지 상승하면서 대출 약정 기준(52.5%)을 위반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캐시트랩은 단순한 회계상 이벤트가 아니라 현금흐름 차단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해당 자산에서 발생하는 임대료는 대주단이 통제하는 에스크로 계좌로 이체되며, 이자와 필수 비용을 제외한 잔여 자금은 자동으로 대출 상환에 사용된다. 사실상 회사가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이 크게 줄어드는 구조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단기 자금 일정이 한꺼번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이달 중 전단채 400억원과 공모사채 600억원 만기가 예정돼 있고, 주주 배당금도 지급해야 한다. 내달 4일에는 약 1000억원 규모의 환헤지 정산금 지급이 대기하고 있다. 회사는 우선 전단채 400억원을 신규 단기사채 발행으로 차환하며 급한 불을 껐다. 17일 연 5.8% 금리로 동일 규모 차환에 나선 것이다. 다만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당 단기사채 만기는 27일로 사실상 또 ‘돌려막기’가 필요해서다. 캐시트랩으로 추가 차입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줄줄이 남은 사채 만기와 대규모 환헤지 정산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용도도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기업신용등급(Issuer Rating) 및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핵심 자산 가치 하락과 함께 현금유보 이벤트로 재무 유연성이 크게 저하됐다는 판단이다. 등급 하락으로 차환 금리까지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금융비용 부담도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 단기 차입 금리가 이미 5%대 후반까지 올라온 가운데, 추가 조달 시 금리 부담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캐시트랩으로 가용 현금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자비용까지 늘어나면 현금흐름이 더욱 악화하는 구조로, 유동성 리스크가 신용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약 1400억원)를 조기 상환해야 하는데, 이는 단기간 내 자체 현금흐름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우려한다. 단기 차환이 막히거나 추가 자금 조달이 지연될 경우, 채무 상환 부담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측은 감정평가 무효를 위한 법적 대응과 함께 신규 차입 등을 병행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산 매각 여건도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캐시트랩은 단순히 돈이 묶이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자금 운용 자체를 제약하는 구조”라며 “이 상태에서 만기 일정이 겹치면 신용 리스크가 빠르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