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만능’인 줄 알았더니…췌장·담낭 부작용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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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자체 문제 아닌 ‘급격한 체중 감소’ 원인…췌장염·담석증 예방 주의해야

(게티이미지뱅크)

비만과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치료제가 오남용되면서 부작용 경고등이 켜졌다. 적정한 사용 기준을 준수하지 않으면 췌장염과 담석증 등 질환까지 악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과도하게 빨리 체중을 감량하거나, 체중 및 혈당 조절이 필요하지 않은 건강한 이들이 미용을 위한 다이어트 목적으로 해당 약물을 사용할 경우 췌장과 담낭 등에 이상이 생길 위험이 크다.

실제로 6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최신 대규모 메타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GLP-1 주사제 사용 군의 췌장염 발생 위험이 소폭 높게 나타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이상 사례 보고 데이터를 분석한 약물감시 연구에서는 관련 보고의 약 30%가 투약 처음 한 달 이내, 절반가량이 3개월 이내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소화기학 분야 국제 학술지 ‘위장병학(Gastroenterology)’ 2025년 11월호에 게재된 10만 명 이상 대상의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에서는 GLP-1 계열 약물 사용 시 담석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GLP-1 계열 약물 자체가 직접 췌장과 담낭 이상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시각이다. 문제는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해당 약물을 사용하는 행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사항과 의료진의 지도에 따르지 않고 ‘급격한 체중 감소’를 목표로 하면 부작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체중이 주당 1.5㎏ 이상 빠르게 감소하면 간에서 콜레스테롤 분비가 늘어난다. 하지만 식사량은 줄어든 상태라서 담즙 분비와 담낭 운동은 감소한다. 여기에 GLP-1 주사제가 담도 운동을 추가로 둔화시키면서 담즙 찌꺼기와 담석이 만들어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이런 담석이 췌관을 막으면 급성 췌장염을 비롯한 각종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경주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짧은 기간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면 간에서 담즙으로 배출되는 콜레스테롤 양이 증가하는 반면, 식사량이 줄어들면서 담낭의 수축은 감소해 담즙이 담낭 안에 오래 정체되고, 콜레스테롤이 쉽게 굳어 담석이 생길 수 있다”라며 “특히 저열량 다이어트나 단식에 가까운 식이요법에서 이런 위험이 더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이경주 교수는 “위고비나 마운자로는 체중 감량 효과가 매우 뛰어난 약제이지만, 그만큼 체중이 빠르게 감소하는 경우 담석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라며 “약물 자체가 담석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체중이 빨리 감소하는 상황이 담석 형성에 불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임상 연구에서도 GLP-1 계열 주사제를 사용하는 환자에서 담석이나 담낭 질환 발생이 증가했다는 보고들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허가 사항을 준수하면서 장기간 계획을 세우고 서서히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필수다. 식약처의 허가사항에 따르면 위고비와 마운자로 처방이 필요한 사람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비만이거나, BMI가 27㎏/㎡ 이상 과체중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 체중 관련 질환을 동반한 환자다. 한국 지질·동맥경화학회는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일주일에 약 0.5kg 정도의 체중 감량을 가장 적당한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약물을 사용하는 중 몸에 나타나는 불편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GLP-1 약물은 대개 투약 초기 가벼운 메스꺼움이나 소화불량, 복부 불편감을 일으킨다. 하지만 가벼운 수준을 넘어 명치 끝이나 왼쪽 윗배를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면 급성 췌장염을 의심할 수 있다. 췌장염 이력만으로 약물의 혜택을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고중성지방혈증·담낭 질환·과음·흡연 등 개인별 위험 인자를 미리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시영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급성 췌장염은 초기에 발견해 금식과 수액 치료를 병행하면 대부분 회복되지만, 방치할 경우 췌장 세포가 죽어가는 괴사성 췌장염이나 다발성 장기부전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만성 췌장염이나 당뇨병 같은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속한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시영 교수는 “투약 중에는 주당 1.5kg 이상의 급격한 체중 감소, 지속적인 식욕 부진이나 거의 먹지 못하는 상태, 옅은 색(회백색) 변, 오른쪽 윗배 불편감이나 팽만감 등이 나타나면 담석이나 췌장염의 전조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라며 “체중이 너무 빨리 빠질 때는 약물 용량을 낮추고, 소량이라도 적절한 지방이 포함된 식사를 규칙적으로 유지해 담즙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담석과 췌장염 예방의 핵심”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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