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퇴치 10년 앞당긴다…HPV DNA 검사 국가검진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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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4년에서 2034년으로 퇴치 시점 빨라질 것으로 전망

▲민경진 고대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자궁경부암 조기 퇴치를 위한 국가검진 체계전환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세포검사만으로는 자궁경부암을 놓칠 수 있습니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 DNA 검사로 전환해야 합니다.”

자궁경부암 국가검진체계를 둘러싼 전환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 세포검사 중심 체계에서 HPV DNA 검사로 전환할 경우 자궁경부암 퇴치 시점을 최대 10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현재 국내 자궁경부암 국가검진은 만 2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2년 주기의 세포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암세포 변화 이후에야 진단할 수 있고 민감도가 50~70% 수준에 그쳐 초기 병변을 놓칠 수 있다는 한계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HPV DNA 검사는 민감도가 90~95%에 달해 고위험군 선별에 유리하다. 감염 후 암으로 진행되기까지 4~10년이 소요되는 질환 특성상 조기 검출 효과도 크다는 평가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자궁경부암 조기 퇴치를 위한 국가검진체계 전환 정책 토론회’에서 민경진 고대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현행 세포검사 중심 검진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HPV DNA 검사로 전환하고 검진율을 높이면 자궁경부암 퇴치 시점을 2044년에서 2034년으로 앞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인구 10만 명당 4명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세계보건기구의 ‘퇴치 기준’ 달성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의미다.

민 교수는 실제 사례를 통해 검진체계의 한계를 짚었다. 10년간 정기 검진을 받아온 환자가 초기에는 단순 이상 소견으로 분류됐지만 이후 선암종으로 확인돼 최종적으로 3기 말까지 진행된 바 있다. 그는 “선별검사는 무증상 일반인에서 질환 가능성을 최대한 찾아내는 과정인데 민감도가 낮으면 환자를 놓칠 수 있다”며 “정상으로 분류되는 순간 치료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사 인프라 측면에서는 도입 장벽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권민정 강북삼성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HPV 검사는 코로나19 검사와 동일한 리얼타임 PCR 기반 분자진단으로 국내 검사실의 기술적 준비는 이미 충분하다”며 “전 국민 대상 확대에도 정확도와 처리 역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결정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강은교 국립암센터 선임연구원은 “검사 성능이 곧바로 정책 효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과진단 가능성, 위해, 비용 효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HPV 검사의 높은 민감도는 위양성 증가로 이어져 불필요한 추가 검사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 연구원은 “국내 의료 구조를 반영한 한국형 경제성 분석이 필요하다”며 “검진 주기 확대가 오히려 수검률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참여율 관리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리학적 관점에서는 ‘단일 전환’보다 ‘병행 전략’이 제시됐다. 유종우 국립암센터 병리과 교수는 “HPV DNA 검사 도입은 바람직하지만 선암종 등 일부 유형은 놓칠 수 있다”며 “세포검사는 실제 암세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교수는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세포검사의 정확도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며 “의료 접근성과 인력, 검사 시스템이 잘 갖춰진 한국에서는 세포검사와 HPV DNA 검사를 병행하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자궁경부암 조기 퇴치를 위한 국가검진 체계 전환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행사를 주최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포 변화 이후를 확인하는 수동적 검진에서 벗어나 바이러스 단계에서 위험을 선제적으로 포착하는 HPV DNA 검사 도입은 여성 건강권 보호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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