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기수출 빗장 풀었다…‘살상무기 금지’ 사실상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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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유형 제한 폐지…전투기·함정 직접 수출 길 열려
“동맹과 무기 공유”…안보·방산 동시 강화 노려

▲필리핀 마닐라 국제항에 지난해 6월 21일 입항한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에서 한 해군이 자위대기(욱일기)를 게양하고 있다. (마닐라/AF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그동안 사실상 금지해왔던 살상무기 수출의 빗장을 풀었다. 동맹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방위산업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일본의 ‘평화국가’ 원칙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각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통해 방위장비 수출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그동안 살상 능력이 있는 방위장비 수출을 제한해온 이른바 ‘5개 유형(구난·수송·경계·감시·기뢰제거)’ 규정을 폐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자위대법상 ‘무기’에 해당하는 장비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호위함이나 전투기 같은 완제품은 해외에 직접 판매할 수 없었고 외국과의 공동 개발·생산을 통한 예외적 방식만 허용돼 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어느 국가도 단독으로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지킬 수 없는 시대”라며 “방위장비 수출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평화국가로서의 지금까지 행보와 기본 이념을 유지하는 것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동맹·우호국과 무기를 상호 공급하며 억지력과 대응 능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수출 확대를 통해 방산기업의 수익 기반을 넓히고, 전시 상황에서 장비 생산이 부족할 경우 해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도 구축한다는 목표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수출 대상은 방위장비·기술 이전 협정을 체결한 국가로 제한된다. 현재 미국·영국·호주·인도·프랑스·필리핀 등 17개국이 포함되며 향후 20개국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전투 중인 국가에 대한 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일본 안보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특별한 경우’에는 총리와 관방장관, 외무상, 방위상이 참석하는 NSC 회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미국 등 동맹국이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장비를 공급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또 수출 확대가 분쟁을 조장하지 않도록 국회 사후 보고와 현지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했다. 하지만 사전 승인 절차가 없어 통제 장치로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 유출 방지 역시 향후 과제로 남았다.

이번 조치는 중국의 군사력 확대와 북한의 미사일 개발 등 주변 안보 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일본이 방위장비 수출을 본격화할 경우 글로벌 방산 시장과 동아시아 안보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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