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년간 임시이사 체제로 파행 운영돼 온 학교법인 정선학원(브니엘학교)이 정이사 체제로 전환을 앞두며 ‘정상화’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그 이면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상화의 조건이었던 부채 상환 방식이 바뀌면서, 교육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설립자 복귀를 위한 길을 터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부산시교육청은 정선학원의 정이사 후보 16명을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에 추천했다. 이달 말 사분위 심의를 거쳐 7명의 정이사가 선임되면, 정선학원은 임시이사 체제를 마무리하고 정상 운영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문제는 ‘정상화의 조건’이다. 당초 사분위와 교육청은 선결 부채 37억 원의 상환을 전제로 정이사 체제 전환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지난 3월 심의에서 방향이 바뀌었다. 현금 상환 대신, 이에 상응하는 부동산을 법인에 출연하는 방식이 인정된 것이다.
교육계는 이 대목에서 강하게 반발한다. 설립자가 자신의 부동산을 법인에 넘기는 구조 자체가 실질적 변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결국 같은 주체가 자산의 위치만 옮기는 셈”이라며 “부채 해결이라는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현금 대신 땅’이라는 선택이 결과적으로 설립자의 부담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다.
이번 논란의 뿌리는 깊다. 정선학원 사태는 1998년 학교 이전 과정에서 발생한 200억 원대 부당 부채와 교비 전용 문제에서 시작됐다. 당시 이사 전원이 해임되면서 임시이사 체제가 도입됐고, 이후 20여 년 넘게 외부 인사들이 학교 운영을 맡아왔다.
이 과정에서 선결 부채는 지속적으로 누적됐다. 초기에는 학생 저축금과 교직원 임금 등 긴급 성격의 10억 원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37억 원까지 불어났다. 그동안 이사장단이 사재를 투입해 학교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과거 책임이 있는 설립자 측이 실질적 부담 없이 복귀하는 구조라면, 사학 정상화 원칙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상화라는 명분 아래 책임의 경계가 흐려졌다는 것이다.
부산시교육청은 “학생 학습권 보호와 학교 안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최근 학교 현장에서 발생한 사건 등을 계기로, 장기간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교육청은 정상화 이후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역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냉정하다. ‘정상화’라는 단어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책임 있는 부채 해소와 투명한 운영이라는 원칙이 후퇴한 채, 형식만 갖춘 정상화에 그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정상화는 절차의 완료인가, 책임의 완결인가.
사분위의 최종 판단이 임박한 가운데, 정선학원의 27년 분쟁은 ‘종결’이 아닌 또 다른 논쟁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