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에 자금 부담↑⋯청약 수요도 이탈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고분양가와 대출 규제까지 맞물리며 자금 부담 탓에 청약 당첨 이후에도 집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흐름이다.
2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 평균 분양가는 올해 3월 기준 3.3㎡당 5489만6000원으로 전월의 5263만8000원보다 4.29% 상승하며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420만6000원)과 비교하면 24.2% 오른 수준이다.
특히 고분양가 흐름은 비강남권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달 분양한 동작구 노량진동 ‘라클라체 자이 드파인’은 전용면적 59㎡ 분양가가 최고 22억880만원, 전용 84㎡는 최고 25억8510만원으로 책정됐다. 한강변이나 강남권이 아닌 지역에서 중소형 분양가가 20억원대를 넘어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분양가 상승 배경으로는 공사비 부담이 꼽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7로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현재 건설공사비지수는 6개월 연속 상승하며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주요 자재 가격은 혼조세를 보였지만 누적된 공사비 상승 영향으로 전반적인 비용 부담이 높은 수준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공급 구조도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서울 민간 분양 예정 물량의 90% 이상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집중돼 있다. 정비사업은 사업 기간이 길고 설계 변경, 금융비용 증가 가능성이 커 분양가를 자극하는 구조다.
이 같은 고분양가 흐름은 결국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으로 직결된다. 대출 규제로 인해 계약금과 잔금 마련에 필요한 자기자본 규모가 커지면서 청약 당첨이 곧바로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주택가격 구간별로 차등 적용된다.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이다. 예컨대 현행 규제를 단순 적용하면 20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매매대금만 기준으로도 최소 16억원의 자기자본이 필요하다.
분양가 상승과 자금 조달 부담이 맞물리며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 기대가 약화되면서 청약시장에서도 수요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635만9013명으로 전년 동기(646만9089명) 대비 11만76명 감소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가 부담이 커지면서 실수요자들이 청약보다는 기존 주택 매수로 눈을 돌리거나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고분양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청약시장 내 실수요자 비중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에도 서울 분양가 상승 압력은 쉽게 꺾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 지역 분쟁 등 대외 변수로 자재 가격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 분양 물량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집중된 공급 구조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분양가 하방 압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공사비 상승과 분양가 부담이 계속 커지는 상황”이라며 “미·이란 전쟁 등 대외 변수로 인한 거시경제 불안이 시장에서 체감하는 것보다 사업자들에게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