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 막고 깜깜이 운영 차단…지주택 제도 ‘전면 손질’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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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확보율 95%→80% 완화…속도 개선
공사비 검증 의무화·업무대행사 등록제 도입
조합 자금 사용 내역· 회계 정보 공개 확대

▲20일 장우철 국토교부 주택정책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지역주택조합 피해 예방 및 사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조유정 기자 youjung@)

국토교통부가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전면 손질한다. 토지 확보 기준을 완화해 사업 속도를 높이고 공사비 검증과 조합 운영 통제를 강화하는 ‘투트랙’ 개편이 핵심이다. 이번 조치로 사업 추진 가능성이 있는 곳은 속도가 빨라지고 부실 사업장은 정리되는 등 시장 재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20일 ‘지역주택조합 피해 예방 및 사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사업 지연의 핵심 원인이었던 토지 확보 규제가 완화된다. 사업계획승인 요건인 토지 확보율은 기존 95%에서 80%로 낮아진다. 일부 토지 미확보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또 업무대행사나 시공사 등이 보유한 토지에 대해서는 보유 기간과 관계없이 매도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해 이른바 ‘알박기’로 인한 사업 지연과 사업비 증가를 차단한다. 그간 일부 사업장에서는 시공사 등이 토지를 선매입한 뒤 매각을 지연하거나 계약 조건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사례가 반복됐다.

이와 함께 사업지 내 거주 중인 원주민도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조합원 결원 발생 시에는 ‘조합설립인가 신청일’이 아닌 ‘가입 신청일’을 기준으로 자격을 판단하도록 바꾼다. 조합원 충원을 원활하게 하고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조합 운영과 공사비 관리에 대한 통제는 강화된다. 자본금과 전문인력 요건을 갖춘 업체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대행사 등록제’를 도입해 부실 대행사 진입을 차단한다. 자본금 5억원 이상과 변호사·회계사 등 상시 전문인력 5인 이상 확보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공사비 분쟁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된다.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경우 한국부동산원 등 전문기관 검증을 의무화하고 계약 단계에서 공사비 산출 근거와 증액 기준을 명확히 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경쟁입찰을 의무화하고 조합 단독 시행을 허용해 시공사 중심 구조를 완화한다. 조합 자금 사용 내역과 회계 정보 공개도 확대해 ‘깜깜이 운영’을 차단한다. 자금 인출 목적과 사용처, 지급 대상자, 증빙자료까지 공개 범위를 넓혔다.

조합원 권한도 강화된다. 온라인 총회와 전자의결이 도입되고 분담금 등 주요 의사결정 정족수는 ‘3분의 2 이상 출석·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바뀐다. 가입 철회 기간도 60일로 늘어난다.

부실 조합에 대한 정리 장치도 마련됐다. 장기간 사업이 정체된 조합은 재의결을 통해 해산할 수 있도록 하고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조합은 지자체가 인가를 취소할 수 있게 된다. 사업 완료 후에도 1년 내 해산을 의무화했다.

이번 개편은 그간 반복돼 온 조합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국에는 618개 지역주택조합이 운영 중이며 이 가운데 51.2%는 아직 모집 단계에 머물러 있다. 조합원은 약 26만명에 달하지만 상당수 사업이 토지 확보 지연 등으로 장기간 표류하는 중이다. 토지 확보 없이 출발하는 구조상 사업이 지연되고 그 과정에서 금융비용과 공사비가 불어나며 조합원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탈퇴 시 납입금 손실이나 공사비 증액 갈등도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 꼽힌다.

국토부는 지주택 사업 폐지까지 검토했을 만큼 조합원 피해가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미 다수 사업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전면 폐지 대신 제도 개선을 택했다. 장우철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지역주택조합은 지난 10년간 전체 주택 공급의 4~5%를 담당해온 만큼 일정 부분 순기능도 있다”며 “무주택자들이 일반 청약 외 방식으로 내 집 마련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폐지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번 대책이 속도 개선과 통제 강화를 동시에 담은 구조 개편으로 평가하면서도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본지 자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제도 완화와 함께 투명성과 관리·감독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며 “사업 속도 개선 효과는 기대되지만 단기간 내 성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지속될 경우 제도 폐지까지 포함한 추가 정비 논의도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는 상반기 중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하위 규정과 가이드라인도 정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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