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이사난'은 단기적 수급 불균형이 아닌 수년간 누적된 총체적 공급 공백의 결과로 평가된다. 신축 입주 물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각종 규제 여파로 기존 주택 시장의 전·월세 매물 순환까지 멈췄다는 분석이다.
20일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사난의 가장 큰 원인은 수년 전부터 예견된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인허가 및 착공 실적 부진이 현재의 '입주 절벽'으로 이어졌고 이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공급이 없는 것은 이미 상수고 특히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이 없는 것은 정해진 사실"이라며 "분양과 입주를 통해 새롭게 공급되는 물량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황에서 임대차 시장이 버티기 힘든 구조"라고 분석했다.
신규 공급이 부족하다면 기존 주택 시장에서 전·월세 매물 원활하게 회전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실거주 의무와 토지거래허가제 등 강화된 규제가 집주인들의 발을 묶으면서 민간 시장에서 나와야 할 임대차 매물을 잠그는 결과를 초래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기존 주택 안에서 전·월세 물량이 어느 정도 돌아줘야 세입자들이 전·월세를 선택하면서 매매 시장을 기다려볼 텐데 지금은 물량 자체가 없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의 규제가 주택 매입 후 임대 시장에 공급하는 길을 막고 있어 결과적으로 시장의 퇴로가 차단된 상태"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신축 공급과 기존 재고 회전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무너진 만큼 현재의 이사난이 하반기를 넘어 장기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한다. 규제 위주의 정책이 집주인을 자기 집에 살게 강제하면서 임대 매물 씨가 마르는 현 구조가 유지되는 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윤 위원은 "민간에 실거주만 강조해 집주인을 자기 집에 묶어버리면 임대 매물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결국 세입자들은 원치 않는 빌라로 가거나 경기도 신축 전세로 밀려 나가는 비자발적 선택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사난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민간 임대차 시장의 물꼬를 트는 대책과 함께 도심 내 획기적인 공급 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른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도심 내 빠른 공급을 위해 '역세권 고밀도 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 교수는 "서울 내 400여 개 역세권을 고밀도로 개발해 직주근접 수요를 흡수하는 정공법이 필요하다"며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이 원하는 입지에 조금이라도 빨리 집을 지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 역시 시장의 유동성 확보를 강조하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전향적으로 대폭 축소해 매수자들이 임대 시장에 매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며 "정부가 시장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기보다 매물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